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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군부가 옮겨버린 '종친부']

문수봉(李楨汕) 2009. 2. 3. 17:38

新군부가 옮겨버린 '종친부'… 기무사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유석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서울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터를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으로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본지 1월 16일자 보도)

서슬퍼런 신군부, 종친부(宗親府)를 쫓아내다

20일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 비탈길을 올라 정문으로 들어서면 넓은 정원과 만나게 된다. 1900년부터 1976년까지 경기고가 있었던 곳으로 정원은 옛 운동장, 도서관 건물은 옛 교사(校舍)다. 그런데 정원 오른쪽에는 큰 규모의 목조 한옥 건물이 한쪽을 메우고 있다. 이 건물의 정체는 뭘까?
▲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 구내 한쪽에 있는 종친부 건물. 인근 소격동의 옛 기무사 자리에 있던 것을 1981년 옮긴 것이다. /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건물의 이름은 '종친부'다. 조선시대 왕의 족보와 초상화를 보관하고 왕 친척들의 인사와 분쟁 문제를 담당하던 관청이었다. 흥선대원군 집권기에는 왕명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했던 '분부(分付)'를 시달하던 곳이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 유형문화재 9호인 이 건물은 중당(中堂)과 오른쪽에 딸린 익사(翼舍)를 합해 96평(약 317㎡) 정도가 남아 있다. 작년 2월 숭례문 화재 후 종로구청은 관리원 6명이 2명씩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관리원 양지수(31)씨는 "가끔 울타리를 넘어 건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왜 옛 고교 운동장에 이 건물이 있는 것일까? 안내판은 "원래 (서울 종로구) 소격동 165번지 일대에 있었으나 1981년 8월에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350m 정도 떨어진 소격동 165번지는 국군서울지구병원과 옛 기무사(보안사) 건물이 있는 바로 그 자리다.

1981년 8월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종로구청 문화체육과 김상채씨는 "현재 병원과 옛 기무사 건물 사이에 우물 터가 있는데 그 인근 녹지대가 원래 자리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홍식 명지대 교수(건축사)는 "당시 최고 실세였던 보안사에서 자기 건물 경내에 있는 종친부 건물에 사람들이 왕래하는 것을 보고 '보안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통째로 옮기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격동의 기막힌 역사 유전(流轉)

소격동 165번지에 있었던 것은 종친부뿐이 아니었다. 소격동(昭格洞)이라는 이름 자체가 조선시대 국가에서 도교 제사를 주관하던 관청인 소격서(昭格署)에서 온 것이다. 임금의 언행과 그릇된 정치를 바로잡는 언론의 역할을 했던 사간원(司諫院)과 왕실 도서관 규장각(奎章閣)도 이 자리에 있었다. 청계천의 지류인 중학천(中學川)도 이곳을 관통해 흘러갔는데 아직도 복개된 땅 속에 남아 있다.

1932년에는 이곳에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의원의 외래 진찰소가 들어섰다. 이 건물은 광복 이후 서울의대 제2부속병원으로, 6·25 전쟁 때는 육군통합병원으로, 1971년 보안사령부(현 기무사)로 바뀌었다. 인접한 국군서울지구병원은 오랫동안 대통령 전용 병원이었으며 1979년 10·26 사태 때 피격돼 실려 온 박정희 대통령의 운명(殞命)을 확인한 곳이었다. 보안사는 12·12 이후 노태우 정부 때까지 핵심 권력기관이자 정치사의 주요 무대였다.

이렇듯 역사의 지층이 촘촘하게 쌓여 있는 곳이 '소격동 165번지'다.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이 "여기가 마치 자기네들 땅인 것처럼 주장하는 문화계 일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종친부와 기무사 건물의 운명은…

지난해 기무사가 경기도 과천으로 이전하고 국군서울지구병원 자리도 '국민에게 돌려 준다'는 방침이 세워진 지금, 종친부는 과연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5일 브리핑에서 종친부 재이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얘기하면 또 논란이 많을 것 같은데 아직 거기까지는 연구를 안 했다"고 말했다.

'근대 의료사를 대변하는 건축물'임을 인정받아 지난해 7월 등록문화재 제375호가 된 옛 기무사 건물(국가 소유)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 건물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리모델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리모델링'의 수준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의 강흔모 사무관은 "현재 등록문화재는 외관의 25% 이상을 변경할 경우 현상변경 신고를 하고 문화재청은 이에 따른 지도·조언·권고를 하게 돼 있지만, 소유주가 이를 무시하고 철거해도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미술관을 짓는 것도 좋지만 연고가 확실한 우리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것이 선행이 되면 미술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곳에 대해 제대로 된 발굴 조사를 하는 일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