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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화된 공(空)]

문수봉(李楨汕) 2009. 4. 15. 22:40

 

 
인격화된 공(空),
 
법신불은 법,
즉 공의 인격화된 보습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공의 의미를 살펴보면
비로자나불의 특징이 좀더 확연히 드러나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서 좀더 세분화하여
자세하게 이 공에 대해서 묘사해 보겠다.
 
「동양적 무의 성격」에
그러한 공의 특징이 잘 설명되어 있으므로 그 내용을 요약한다.

첫째, 무일물성(無一物性)이다.
무일물이란 단지 한 물건도 없다는
부정적 표현이 아니라 어떠한 집착의 흔적조차 없다는 뜻이다.
 
내외의 대상을 전부 끊어버리고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지를 말한다.

둘째, 허공성(虛空性)이다.
이 허공에는 열 가지 뜻이 있다.
 
⑴ 무장애(無障碍)이다.
말 그대로 어떤 것에도 장애를 받지않는다는 의미이다.
 
⑵ 주편(周遍)이다.
허공은 모든 곳에 널리 퍼져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공은 심적인 곳까지 미치므로
사실 허공보다 더 그 범위가 넓다.
 
⑶ 평등이다.
취하고 버리거나, 귀하고 천하거나,
선이거니 악이거니 관계없이 모든 것을 평등하게 받아들인다.
 
⑷ 광대(廣大)이다.
타자로부터 한정되지 않으므로 한계가 없이 광대무변하다.
 
⑸ 무상(無相)의 뜻이 있다.
외형상으로나 내면상으로 어떤 모습이 없다.

 

⑹ 청정(淸淨)의 뜻이다.

말 그대로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다.

푸르른 벽공(碧空)을 떠올려 보라.

육체적으로 청정하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마음 또한 명경지수처럼 청정하다.

 

⑺ 부동(不動) 이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며 불생불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 고정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즉 동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으로서의 부동이 아닌 것이다.

 

⑻ 유공(有空)의 뜻이다.

자로 재거나 기하학적으로 측량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참이라든가 미 등으로 헤아리기도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⑼ 공공(空空)이다.

공이라 해도 단순한 무가 아니라

유무도 초월하여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닌 무적 주체를 말한다.

 

공에 대한 머무름 또한 공에 대한 집착이므로

그러한 공마저 끊어버린 대 자유이다.

 

⑽ 무득(無得)의 뜻이 있다.

어떤 소득도 없다.

다른 것은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소득도 전혀 없다.

래서 불가득(不可得)이고 무탐(無貪)이며

적빈(赤貧)이라는 의미가 성립하는 것이다.

셋째, 즉심성(卽心性)이다.

허공에는 생명이 없으나 공에는 마음이라는 포근한 생명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생명이나 마음이 아니다.

 

허공과 같은, 그렇치만 생명이 있는

진짜 마음으로 진정한 생명과 자각이 흘러 넘치고 있다.

 

바로 무념 무심한 마음이요

무각(無覺)의 각(覺)이 공에는 서려있는 것이다.

넷째, 자기성(自己性)이다.

이는 주체적 마음을 말한다.

그것은 대상적으로 보이는 마음이 아니다.

나아가 주객으로 나누어진 이후의 이분법적인 자기가 아니라

주객으로 나누어지기 이전의 주체적 자기를 말한다.

다섯째, 자재성(自在性)이다.

공은 주체적 주체일 뿐더러 완전히 자재한 주체이다.

어떤 대상에도 속박되지 않는 진실로 자유로운 경계를 말한다.

진정한 해탈은 이러한 자재성이 철저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어디에 집착하거나 걸림이 없이 즉각적으로

상황에 응해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유희 삼매의 경지이다.

 

이를 인격적으로 일러 무위 진인(無位眞人)

또는 무의 도인(無依道人)이라 한다.

여섯째, 능조성(能造性)이다.

바로 창조성을 말한다.

인간은 도구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찬란한 인류 문명을 형성해 냈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이 인간에게

유용한 물건들을 만들어냈어도 생명만은 창조할 수 없었다.

즉 인간의 창조성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이

모든 생명까지 만들어 낸 전지전능한 창조자라 할 수 있으나

그것은 실증되지 않은 신화에 불과하며 단지 그렇게 믿어질 뿐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단순한 신앙이 아니라 유심(唯心)의 실증이다.

 

이러한 마음은 물과 같아 거기에서 물결이 수시로 일어나고

이윽고 사라지되 물 자체는 불기불멸(不起不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을 바탕으로 무수한 물결이 생겨났다 사라지듯

공으로부터 숫한 사물들이 창조되고 사라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은 광대무변하고

못 미치는 데가 없으며 모든 생명의 바탕이요 창조자인 것이다.

 

그래서 그 공의 인격화인 법신불 비로자나불을 가리켜

'변일체처(遍一切處)요 광명변조(光明遍照)'라 한다.


⑴ (大智慧光明)

    크나큰 지혜요 광명이다.

⑵ (遍照法界)

    세상의 모든 대상계를 두루 비춘다.


⑶ (眞實識知)

    진실 그대로를 아는 힘이 있다.


⑷ (自性淸淨心)

    깨끗한 마음을 본성으로 하고 있다.


⑸ (常樂我淨)

    영원하고 행복하며 자유로우며 깨끗하다.


⑹ (淸凉不變自在)

    청결하고 시원하며 언제나 변함이 없이 자재하다.


바로 무에서,

그 고요한 침묵에서 이 모든 삼라만상이

꽃을 피우고 열매을 얻으며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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