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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의 유래

문수봉(李楨汕) 2021. 7. 9. 00:10

소나기의 유래

옛날에 한 스님이 무더운 여름날 동냥으로 얻은 쌀을 자루에 짊어지고 가다 큰 나무 그늘에서 쉬어가게 되었는데,

때 마침 농부 한 사람이 소로 논을 갈다가 그 나무 그늘에 다가와 함께 쉬게 되었습니다.

‘곧 모를 내야 할 텐데 비가 안 와서 큰일이네요. 날이 이렇게 가물어서야, 원.‘

농부가 날씨 걱정을 하자 스님은 입고 있던 장삼을 여기저기 만져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해지기 전에 비가 내릴 겁니다.”

그러나 농부는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에이, 스님 농담도 잘 하시는군요. 아, 이렇게 쨍쨍한 날 무슨 비가 온단 말입니까?”

“두고 보시지요. 틀림없이 곧 비가 올 겁니다.”

스님은 비가 온다고 하고, 농부는 비가 오지 않는다며 서로 제 말이 옳다고 우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럼, 어디 내기를 합시다. 스님 말씀대로 해 지기 전에 비가 오면 저 소를 드리지요.”

농부는 비와 관련된 농사일에 오랜 경험이 있는지라 날씨에 자신하며 소를 걸고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소까지 걸었으니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좋습니다. 소승은 가진 게 이 쌀밖에 없으니, 지면 이 자루에 든 쌀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스님도 스님대로 자신을 가지며 하루 종일 동냥한 쌀을 모두 내놓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고 나서 농부는 다시 논을 갈고 스님은 나무 밑에서 한참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른 하늘에 천둥이 쳤습니다.

곧이어 시커먼 비구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뭉게뭉게 모여 들더니 곧 장대 같은 빗줄기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농부는 비에 흠뻑 젖어 소를 몰고 나무 밑으로 왔습니다.

농부는 내기에서 진 것보다 농사일에 도움이 되는 비가 내려 소를 잃게 됐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좋아했습니다.

“스님, 참으로 용하십니다. 갑자기 비가 올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 예. 소승이 입고 있던 옷을 만져보고 알았지요.”

“예? 옷을 만져보고 어떻게 알지요?”

“네, 소승의 옷이 눅눅해지는 걸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소승들은 빨래를 자주 못 하니까 늘 옷이 땀에 젖어 있지요.

땀은 곧 소금이니, 물기가 닿으면 눅눅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아까 소승의 장삼을 만져보니 몹시 눅눅했는데, 이것은 공기속에 물기가 많다는 증거이므로

곧 비가 오리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런 이치가 숨어 있었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주먹구구식으로 제 경험만 믿고 큰 소리를 치다가 보기 좋게 지고 말았습니다.

약속대로 소를 드리겠습니다. 몰고 가시지요.”

농부가 아깝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스님은 껄껄 웃으면서 소고삐를 잡았다가 다시 농부에게 넘겨주며...

“소승에게 이 소는 아무 소용이 없지만 농부님에게는 중요하지 않습니까?

농사짓는 일에 소만큼 큰일을 하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이 소를 드릴 터이니

이번 일을 교훈삼아 농사나 잘 지으십시요.”

스님이 떠나자마자 장대같이 쏟아지던 비가 뚝 그치고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이 하늘도 금세 맑아졌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로부터 여름날에 갑자기 쏟아지다가 뚝 그치는 비를 농부가 소를 걸고 내기를 해서

생겨난 비라 하여 '소내기'라고 불리었는데.

변형되어 오늘날 '소나기'라고 불리게 된 것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