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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재발견(上)…디지털로 진화하는 한글]

문수봉(李楨汕) 2008. 10. 15. 02:12

한글의 재발견(上)…디지털로 진화하는 한글

휴대전화용 폰트는 압축하고 힌트 정보 넣는다

2008년 10월 07일

<<562돌 한글날을 맞아 디지털과 예술 분야에서 새롭게 ‘창제되는’ 한글의 세계를 조망한다. ‘디지털로 진화하는 한글’과 ‘예술로 진화하는 한글’ 2부로 나눠 소개한다.-편집자주>>

“아깐 미안하게 다.”(아깐 미안하게 됬다.)

“오늘은 기분 정말 이네요.”(오늘은 기분 정말 뷁이네요)

일부 휴대전화를 사용하다보면 빈 공백이 있는 문자 메시지를 받을 때가 있다. 휴대전화에 글자를 표현할 수 있는 글꼴(폰트)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인쇄매체에 사용되는 폰트만 있으면 충분했다.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이 활성화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하며 사람들은 ‘아햏햏’나 ‘뷁’ 같은 ‘외계어’를 사용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한글 폰트는 외계어라 불리는 한글 글씨체도 구현해야만 했다.

현재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모든 폰트가 외계어를 구현하지는 못한다. 한글 폰트는 글자수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2350자로 구성된 폰트와 ‘뷁’이나 ‘햏’처럼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나올 수 있는 모든 글자를 포함하는 11172자 폰트다. 이중 11172자 폰트만이 외계어를 표현할 수 있다.

폰트에는 글자 모양의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글자 수가 많을수록 용량이 크다. 컴퓨터는 정보의 저장공간이 크기 때문에 용량이 1Mb가 넘는 11172자 폰트를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반면 휴대전화에서는 폰트에만 1Mb가 넘는 공간을 할당하기 어렵다. 특히 한가지 폰트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3~4가지 폰트를 넣어두고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고르도록 하기 때문에 폰트의 용량이 클수록 휴대전화 단말기에 부담이 된다.

그래서 폰트를 만드는 회사에서는 11172자를 구현하면서도 용량이 1Mb가 넘지 않는 방법을 고안했다.

폰트 제작사 윤디자인에서는 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폰트를 압축했다. 컴퓨터 그림파일 중 BMP파일을 JPG파일로 압축하면 용량은 줄어들지만 그림은 그대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윤디자인에서는 확장자가 TTF인 폰트를 UTF로 압축해 휴대전화에서도 11172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용량을 줄였다.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는 ‘힌팅’ 기술을 사용했다. 힌팅은 점과 선의 위치정보를 그림으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는 작은 점(화소)의 색을 바꿔 글자를 보여준다. 이때 폰트가 모든 화소의 정보를 담고 있으면 용량이 커진다. 하지만 점의 위치정보와 점과 점을 잇는 선에 대한 정보만 담고 있으면 용량을 줄일 수 있다. 예전에는 점과 선의 정보를 이미지로 바꿀 때 화소와 1:1로 대응하지 못해 부자연스러웠지만 힌팅 기술을 통해 부드러운 글자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휴대전화용 폰트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균형미와 가독성이다. 휴대전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귀엽고 아기자기하거나 묵직한 글씨체를 디자인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글씨체라도 읽기가 불편하면 소용없다.

김주홍 윤디자인연구소 책임디자이너는 “대체로 글자를 둘러싼 □를 그린 뒤 글자 윤곽과 빈 여백이 7:3 정도의 비율을 유지하면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자가 모여 단어와 문장이 되더라도 직사각형 안의 글자 윤곽과 빈 여백을 같은 비율로 맞춘다.

김 책임디자이너는 “현재 많이 사용하는 명조나 고딕체는 1950년대 일본 ‘모리사와’라는 회사에서 만든 폰트를 역수입한 것”이라며 “최근 한글 글씨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아름다우면서도 잘 읽히는 폰트를 만들어 해외 전자제품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