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살문에 주로 새겨지는 꽃의 종류를 보면, 연꽃, 모란꽃, 국화꽃, 해바라기꽃, 또는 백일홍과 같은 모양의 꽃도 있으며, 때로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는 개념적 형태의 꽃들도 보인다. 꽃살문으로 볼만한 것은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꽃살문, 논산 쌍계사 대웅전 꽃살문, 양산 통도사 적멸보궁 꽃살문, 속초 신흥사극락보전 꽃살문 등이 있다. 통판에 투조한 꽃문으로는 예천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의 연지수금꽃살문, 강화 정수사 대웅보전 꽃살문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중에서 최고의 걸작품은 16세기경에 만들어진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살문과 용문사 윤장대의 꽃문, 그리고 정수사 법당의 꽃살문이다.
내소사 꽃살문은 현재 단청이 퇴색되어 화려함은 덜하지만 문양의 다양한 변화와 조화, 그리고 뛰어난 조각 솜씨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대웅보전 전면에 모두 8개의 문짝이 달려 있는데, 소슬연꽃살문, 소슬모란꽃살문, 빗모란연꽃살문, 빗국화꽃살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법당을 향해서 볼 때 오른 쪽으로부터 3번째 문과 6번 째 문이다. 문살은 45도 각 경사로 직교하여 짜여 있고, 그 교차점자마다 연꽃 봉오리와 활짝 핀 연꽃이 조각되어 있는데, 봉오리는 아래쪽에, 만개한 꽃은 위쪽에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표현은 꽃봉오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려하고 성숙한 꽃으로 피어나듯이 불성의 깨우침의 단계를 꽃봉오리와 만개한 꽃에 비유한 것으로 생각된다.
논산 쌍계사 대웅전 문은 빗모란연꽃살문, 빗모란꽃살문, 빗국화꽃살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살이 교차하여 형성된 6각형의 영역 안에 6장의 꽃잎을 가진 개념적인 꽃을 새겼다. 붉은색, 청색, 흰색으로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으며, 같은 색의 꽃들은 일정한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한편, 통도사 적멸보궁의 문은 살을 60˚각도로 교차시키고 그 교차점에 수직살을 댄 솟을빗살문이다. 각 문살의 교차점에 국화, 모란, 연꽃을 장식했다. 이름을 붙인다면 소슬국화모란연꽃살문이라 할 수 있겠는데, 같은 종류의 꽃들이 상하로 줄을 맞춰 나열되어 있는 특징을 보인다.
용문사 대장전 안에 두 개의 윤장대가 있다. 모두 여덟 개의 창을 가진 구조로 되어 있는데, 부처님 왼쪽 편에 있는 윤장대의 창문은 모두 교살문이고, 오른쪽 윤장대의 창문은 섬세하고 화려한 꽃살문이다. 4개의 문은 꽃살창으로 되어 있고, 나머지 4개의 문은 빗살문창살로 되어 있다. 꽃살창은 꽃 새김을 한 살을 60도 각도로 교차시키고 그 교차점에 수직살을 댄 솟을빗꽃살문 형태와 통판 투조 기법으로 연꽃을 새긴 것 등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특히 연꽃 사이를 유연히 헤엄치는 물고기, 상승의 기운을 타고 피어나는 연꽃의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어서 연 밭을 눈앞에 대한 듯하다.
법당 출입문짝 전체가 통판 투조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정수사 대웅전 꽃살문이 유명하다. 정수사 꽃살문은 판장에 화병과 꽃을 그려 통째로 투각한 것을 문짝 중심부에 붙여 놓는 방식을 취했다. 사방연속이나 이방연속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연꽃, 모란, 국화꽃을 꺾어 화병에 꽂아 놓은 모습을 조각한 것은 부처님께 꽃을 바쳐 공양하려는 숭앙심의 직접적인 표현일 것이다. 이렇게 꽃병에 꽃을 꽂아 불전을 장식하는 것은 불전 공양구의 하나인 화만(花)에서 그 원류를 찾아 볼 수 있다.
화만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일종의 꽃 장식으로서, 생화로 불상을 장식하거나 또는 금.은으로 만든 조화를 불상의 머리 위에 매달아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생화인 경우 여러 가지 꽃을 다 쓰지만, 대체로 향기가 많은 것을 사용한다. 화만은 부처님을 향한 중생들의 숭앙심의 표현인 동시에 경배하는 마음으로 부처님에게 올리는 공양화(供養花)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꽃을 꽂는 병에 대해서 말한다면, 불교에서는 병을 현병(賢甁)이라 하며, 현(賢)은 선(善)의 의미를 가지므로 선병(善甁)이라고도 부른다. 현병의 별명에는 보병(寶甁), 만병(滿甁), 감로병(甘露甁), 덕병(德甁), 길상병(吉祥甁), 여의병(如意甁) 등이 있다. 만병이라고 한 것은 바라는 바 모든 것이 충만 되어 있다는 뜻이며, 감로병이라 한 것은 불노불사약의 묘약이 가득한 병이란 뜻이다. 그리고 보병은 보배가 가득한 병이라는 말이며, 길상병은 상서로운 기운이 담긴 병이란 뜻이고, 여의병은 뜻하는 바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병이다. 정수사 법당 꽃살문의 화병도 이와 같은 의미를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정수사의 꽃살문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같은 투각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예를 영주 성혈사 나한전, 그리고 공주 동학사 대웅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성혈사의 통판 투조 연지수금꽃살문은 문짝 전체를 연잎과 연꽃으로 가득 채웠는데, 연잎 위 또는 여백에 선승(禪僧), 동자, 용, 물고기, 물새, 게 등 다양한 소재들을 사실적으로 조각해 놓았다. 현재는 목질이 완전히 드러날 정도로 단청이 퇴색되어 있으나, 민화적인 표현기법 속에 순박한 서민 정서와 정겨움이 그대로 배어난다. 한편, 동학사 대웅전 꽃살문의 경우는 사군자 또는 세한삼우(歲寒三友)를 투각하여 문짝을 장식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민화 병풍그림을 보는 듯하다. 사군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매화.난초.국화.대나무를 말하는 것이고, 세한삼우는 소나무.대나무.매화를 가리킨다.
불교에서는 꽃을 상징화하여 만행화(萬行花)라 부르기도 한다. 꽃이라는 것은 개화 다음에는 반드시 열매를 맺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꽃을 해탈을 이루기 위해 전개하는 정진에 비유한다. 해탈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불심도 닦고 자비를 실천하는 등 만 가지 실행을 필요로 한다. 그런 까닭에 열매 맺기 전에 먼저 피는 꽃의 속성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꽃을 깨달음에 비유하여 각화(覺華)라 하기도 하는데, 각(覺)은 지혜로,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 마치 꽃이 피는 것과 같으므로 꽃을 각화라고 부르는 것이다. 경에서 “부처님은 한없는 번뇌에서 나와 열반의 안락한 곳으로 들어가서 여러 각화의 환희 속을 노닐며 즐거움을 누렸다.”고 했으며, “맑은 선정(禪定)의 물이 항상 깨달음의 꽃을 피운다.”고 했다. 꽃의 이러한 의미를 새겨 절 이름으로 삼고 있는 것이 봉화군 춘양면의 각화사(覺華寺)이다.
사찰에서 부처님 앞에 올리는 공양물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가 있다. 6종 공양물은 향(香).화(花).등(燈).다(茶).과(果).미(米)이다. 6종 공양물은 다시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으로 나누어지는데, 정신적인 것 중에서 향은 법신을, 꽃은 보신을, 등은 화신을 상징한다. 따라서 꽃은 법신을 회복해 가진 부처님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법신의 덕을 형상한 보신의 모습을 꽃에다 비유한 것이다. 흔히 부처님께 꽃공양을 올리면 내세에 미색(美色)을 갖추게 된다고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사찰 법당 문에 새겨진 꽃들은 그 하나하나가 부처님의 상(相)일 수도 있고, 부처님을 향한 뭇 중생들의 환희심을 담은 공양화일 수도 있다.
꽃살문은 1,2백년짜리 소나무를 3년 동안 바람에 말린 다음 4년째 창고에 보관했다가 꽃과 살을 조각하고 문틀에 끼워 맞춘 뒤 단청을 입혀 완성한다. 한 짝의 꽃살문을 완성하기 위해 4년여의 긴 시간동안 정성으로 드리는 것이다. 요사채를 지을 때는 일체의 사치를 배격한 검소함을 유지하면서도 부처님을 모시는 법당문을 화려한 꽃살문으로 장식하는 것은 환희심으로 부처님께 경배함과 아울러 불전을 오직 선(善)과 미로써 장엄하려는 불자들의 지극한 신앙심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불교신문
*道窓스님***合掌 道窓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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