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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저]

문수봉(李楨汕) 2009. 2. 4. 18:10

금강저
여래의 ‘굳건한 지혜’ 상징물
고대문명 신화서 천둥.번개 상징 무기
인드라신 ‘바즈라’서 유래한 밀교법구

불교경전엔 魔.外道 굴복 사례도 등장
불국토 만다라 등 다양한 의미로 활용



사진설명: 5고저, 3고저, 단고저. 조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범어로 바즈라(Vajra)라고 불리는 금강저는 여래의 지혜가 금강과 같이 견고함을 나타내는 밀교의식 용구로, 세세생생 누적된 악업과 중생심에서 비롯된 온갖 번뇌 망상에 대적하기 위해 반드시 지녀야 하는 법구로 여겨지고 있다. 모양은 기본적으로 삼지창 혹은 피뢰침과 비슷하지만 끝이 중심축을 향해 오므라져 있는 것이 다르다. 불교 도상(圖像)에서 금강저는 제석천과 금강밀적의 삼매야형으로 나타나며, 불단 또는 사경(寫經) 변상도 장엄 문양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양산 통도사 등 몇 군데 소장처에서 고려, 조선시대의 금강저를 찾아 볼 수 있다.


우주 제왕의 상징으로서의 권장(權杖), 혹은 무기로서의 바즈라 형태는 중앙아시아 등의 고대 문명에서 천둥 번개의 상징인 삼지창에서 유래됐다. 바즈라의 성격은 게르만족의 천신인 뇌신(雷神) 토르(Tor)의 운석 망치, 그리스의 천신 제우스의 천둥 번개와 비슷하다. 이들 천신이 가진 불멸의 번개와 천둥은 던져진 창처럼 불과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성의 불덩이처럼 타오른다고 고대인들은 생각했다.

인도의 고대 전설에 의하면, 우주 최고의 신 인드라(Indra) 신의 무기가 천둥 번개이고, 인드라는 이 무기의 힘으로 적과 악의 화신들을 수없이 죽였다. 이 강력한 천둥 번개 무기가 바로 바즈라인데, 인도의 리그베다에서는 이것을 수 천 개의 갈퀴가 달린 금속 곤봉, 또는 삼지창처럼 생긴 갈퀴가 달린 막강한 힘의 무기로 묘사하고 있다. 인도인들은 인드라 신이 바즈라를 휘둘러 온갖 사악한 무리들을 제거한다고 믿었고, 그러한 신화에 근거해 인도인들이 고안해 낸 무기가 금강저이다.

불교 전설에 의하면 석가모니는 인드라로부터 바즈라를 빼앗아 노기등등한 그를 복종시키고 갈퀴 끝을 오므려 평화로운 부처의 권장(權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불교의 바즈라는 그 이후부터 어떤 번뇌와 장애물이라도 물리칠 수 있는 밀교의 법구로 상징화되었는데, 티베트 불교권에서는 이것을 도르제(Dorje)라고 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중국.일본 불교에서는 금강저라 부르고 있다.


사진설명: 왼손에 금강저를 둔 경주 석굴암 제석천상. 통일신라.
금강저의 권능과 의미에 관한 기록이 여러 경에 보인다. 〈자재왕보살경〉에서는, 마음을 스스로 키워가는 중생이 있다면 보살은 금강을 잡은 신이 되어 불꽃이 타오르는 금강저를 잡아 그들에게 보여주어 두렵게 하여 교만한 마음을 없애고 스스로 귀의할 수 있게 한다고 했고, 〈불설대집회정법경〉에서는 제석천주(帝釋天主)가 금강저를 가지고 모임에 들어오니 모든 마구니와 외도가 두려워했다고 했으며, 〈화엄경〉 입법계품에서는 제석천왕이 금강저를 들면 모든 아수라 무리가 굴복하듯이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 보리심의 금강저를 들면 모든 마의 외도가 굴복한다고 했다. 그리고 밀교의 여러 경전에서 설해진 교리를 요약 정리해 놓은 문헌 〈도부다라니목(都部陀羅尼目)〉에서는 금강저란 바로 보리심을 뜻하는 것으로, 금강저를 지니지 않으면 염송을 할지라도 성취를 얻지 못한다고 했다.

금강저는 인드라 신의 무기로부터 유래된 불교 제석천의 삼매야형이며, 동시에 금강밀적과 위태천왕의 지물이기도 하다. 금강밀적은 금강역사.밀적금강(密迹金剛).금강수(金剛手).집금강(執金剛)이라고도 하는데, 밀적은 항상 부처님을 모시고 부처님의 비밀스러운 사적(事迹)을 기억한다는 의미이다. 금강밀적과 관련하여 〈능엄경〉은 이렇게 설하고 있다. “이 때 세존께서 정상의 육계에서 온갖 보배의 광명을 놓아 비추시자, 광명 가운데 천 잎의 보배 연꽃이 솟구쳐 나왔으며, 그 보배 연꽃에 앉아 계신 화신여래께서 정수리로 열 줄기의 온갖 보배의 광명을 놓으시니, 낱낱 광명마다 열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금강밀적이 두루 시현(示現)하여 산을 받쳐 들고 금강저를 쥐고 허공계(虛空界)에 가득 찼다.”


사진설명: 강원 고성 건봉사 일주문의 금강저 장식문양. 근세.

한편, 일명 동진보안 보살이라고도 하는 위태천왕은 신중탱화의 주존으로 새 깃털 장식의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모습을 하고 있다. 위태천왕은 사천왕 가운데 남방 증장천의 여덟 장군 가운데 한 명으로 삼십 이천(三十二天)의 우두머리이다. 항상 금강저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서 중생을 고통과 위험으로부터 구제해 준다. 위태천의 금강저는 제석천의 것보다 크게 묘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 박물관이나 사찰에 전해지고 있는 옛 금강저의 형태를 보면 자루의 중앙부가 볼록하고, 몇 개의 마디로 분할 된 자루에 앙련 또는 복련 문양이 새겨져 있다. 양쪽 끝에 연꽃 봉오리처럼 중심축 방향으로 오므라진 갈퀴가 달려 있는데, 유심히 살펴보면 각 갈퀴들이 어떤 동물의 입에서 ‘불꽃의 혀’처럼 뿜어져 나오는 형상으로 조각된 것을 알 수 있다. ‘불꽃의 혀’는 〈법구비유경〉에서, “금강역사가 금강저를 들었는데, 그 금강저 끝에서 불이 나왔다”고 한 대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불꽃의 혀’ 모양의 갈퀴를 입에서 뿜어내는 이 동물은 인도 신화에 나오는 악어 마카라스(makaras)이다. 일명 마갈이라고도 하는 이 악어는 강가(Ganga, 갠지스강의 신)신이 타고 다니는 물속의 괴물이다. 얼굴은 코가 길고 턱이 짧은 것이 코끼리를 닮았고, 몸은 비늘로 덮여 있는 것이 물고기처럼 생겼다. 마카라스는 특히 인도나 티베트 불화, 또는 사원 건축 장식에 자주 나타나는데, 인도의 사원 건축 장식에서는 뱀 또는 연뿌리를 토해내거나 키르티무카(귀면의 원조)의 턱으로부터 튀어 나오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티베트 불화 탕카(Thangka)에서는 6바라밀 중 인욕바라밀의 상징형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금강저가 제석천의 삼매야형이라는 것을 앞서 말했거니와, 그런 유례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은 경주 석굴암의 제석천상이다. 오른 손에 불자(拂子)를 들고 왼손에 금강저를 든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종류는 오고저(五杵)에 속한다. 이와 유사한 도상을 김천 직지사 금동육각사리함(국보 제208호) 표면의 신중도에서도 볼 수 있다.

금강저는 삼매야형으로서 뿐만 아니라 장식문양으로도 나타나는데, 예산 수덕사 대웅전 목조삼세불좌상 대좌의 금강저 문양이 그 예이다. 석가모니불이 앉아 있는 대좌형 수미단 안상(眼象)에 삽화병, 모란, 구름문양과 함께 금장저가 흰색으로 뚜렷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강원도 고성 건봉사의 일주문 석주에서도 금강저 문양을 볼 수 있고, 같은 절 십바라밀 석주에서도 지혜바라밀의 상징으로 그려진 금강저가 눈에 띈다. 근세에 와서는 천태종 종기(宗旗)처럼 금강저가 주문양으로 사용되는 등 다방면에서 상징 문양으로 활용되고 있다.

금강저 유물은 흔한 편은 아니지만, 국립중앙박물관, 경북대박물관, 송광사 소장 금강저와 흥덕사지 발견 금강저 등이 남아 있다. 먼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강저를 살펴보면, 단고저, 3고저, 5고저 등 세 종류가 있는데, 단고저는 양쪽 끝의 갈퀴가 끝이 뾰쪽한 사각 기둥 모양을 하고 있다. 3고저와 5고저는 갈퀴의 개수는 다르지만 양끝의 갈퀴가 중심축을 향해 꼬부라져 있고, 손잡이 양 끝에 연꽃무늬가 양각되어 있는 점, ‘불꽃의 혀’처럼 생긴 갈퀴가 마카라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태로 되어 있는 점 등은 서로 같다.

금강저의 갈퀴 수는 깊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금강저의 다섯 개 갈퀴는 밀교에서 오지(五智) 또는 오불(五佛)을 상징한다. 오지는 다섯 종의 지혜, 즉 법계체성지(法界體性智).대원경지(大圓鏡智).평등성지(平等性智).묘관찰지(妙觀察智).성소작지(成所作智)를 말하며, 이것은 중앙의 대일여래.동쪽 아촉불.서쪽 무량수불.남쪽 보생불.북쪽 불공성취불 등의 여래로 상징화 된다. 따라서 다섯 개 갈퀴 가운데 중심축은 법계체성지와 대일여래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사진설명: 7고저. 고려. 경북대학교박물관.
세 개의 갈퀴는 밀교의 삼밀(三密) 사상과 관련이 있다. 3밀 중 구밀(口密)은 진언을 암송하는 수행법이며, 신밀(身密)은 몸으로 닦는 수행법으로 특히 손으로 상징적인 모양을 만드는 수인(手印)이 대표적이다. 의밀(意密)은 마음으로 관상(觀想)하는 것으로 불보살의 존상 등을 그려 놓은 그림을 보면서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고저는 법계를 상징한다. 법계는 모든 존재의 총칭으로 영역, 본성 등 다양한 뜻을 지닌 말이다. 이렇게 볼 때 금강저는 이미 인드라 신의 무기가 아니라 내밀한 불국 세계 만다라의 상징이 되어 있는 것이다.

허 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출처;불교신문

*道窓스님***合掌 道窓스님

    www.dochang.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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