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지혜방☆/♡국내맛집정보♡

[떡볶이의 세계화 가능할까?]

문수봉(李楨汕) 2009. 3. 22. 17:00

 떡볶이의 세계화 가능할까?

 

△ 효자동 통인시장 내에서 팔고 있는 '기름떡볶이'

 

 방향은 잘 잡았다! 그러나....

 

떡볶이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떡볶이 산업 육성을 위하여 앞으로 5년간 140억 원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떡볶이 연구소도 문을 열었다. 오는 28, 29일 양일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는 ‘2009 서울 떡볶이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추진력은 좋다. 하지만 전시행정의 표본이 될까봐 기대반, 우려반도 사실이다. 그래도 일단 방향은 잘 잡았다. 떡볶이는 세계에서 유일무일한 독특한 요리이다. 주 재료인 쌀은 우리 식문화의 근본이고, 양념으로 사용되는 고추장과 간장은 한식양념의 정수이다. 또한 부대찌개처럼 시대가 낳은 산물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마디로 근본이 있는 요리라 할 수 있겠다.

 

전통식이면서도 가장 저변화, 다변화 된 요리는 떡볶이가 유일하지 싶다. 일찍이 궁중요리로 창조된 떡볶이는 서민식이 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이는 떡볶이가 세계화, 나아가서 현지화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차원에서 떡볶이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건 만큼 반드시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자면 먼저 우리부터 떡볶이에 대한 인식을 달리 가져야 한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식문화를 대접해주었을 때, 세계인도 그 가치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떡볶이의 장점과 세계화 가능성, 숙제등을 논하고자 함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한 번도 파동을 겪지 않은 참살이 요리

 

무수히 많은 음식들이 한번 이상은 파동을 겪어왔다. 심지어 김치마저 문제가 되었었지만 떡볶이만큼은 예외이다. 내가 기억하기론 떡볶이가 파동을 겪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잡아 주시라. 저급한 요리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떡볶이가 정작 말썽한번 나지 않았다는 건 아이러니컬하기도 하다. 세계 식문화의 흐름인 웰빙에 반하지 않는 떡볶이. 충분히 고급화로 포장시킬 수 있는 요리임을 말해주고 있다.

 

 

떡볶이에 응용하지 못할 식재는 없다

 

떡볶이는 전통의 틀 안에 갇히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식재와 조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간장에서 고추장으로 변화한 양념은 된장, 짜장, 카레, 치즈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재료 또한 떡볶이에 응용하지 못할 식재가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떡볶이라는 단일품목이 응용하기에 따라 수백, 수천가지 종류가 될 수도 있다. 이는 떡볶이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얘기와 같다.

 

 

스시, 소시지, 쌀국수, 피자 그리고 떡볶이

 

세계화 된 각국의 음식들은 대부분 서민풍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세계 미식가들의 미각을 녹이는 스시는 고급요리이다. 하지만 일본 최초의 패스트푸드는 바로 스시였다. 길거리에서 팔던 스시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떡볶이가 세계화 될 수 있는 가성성도 바로 서민풍이라는 데 있다. 서민 풍 음식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맛이다.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잡았기에 검증된 맛이란 얘기도 된다.


 

전통주 막걸리와 찰떡궁합

 

떡볶이의 세계화 그 이면에는 우리 문화 전파가 있다. 단순히 음식의 세계화가 아니라 문화의 세계화여야 한다. 일본의 스시나 사시미가 사케라는 술로 인해 문화상품이 될 수 있었듯, 떡볶이도 우리의 전통주와 함께 가야 한다. 맛객은 떡볶이와 가장 어울릴만한 술로 막걸리를 꼽는다. 한국에서 막걸리와 떡볶이는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입맛이 매운맛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걸리는 떡볶이에 곁들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술인 셈이다.

 

 

현지 식재를 이용한 현지화가 가능한 음식


이탈리아 부두 노동자와 하급계층에서 즐기던 피자가,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식 피자로 발전하였다. 스시 또한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롤로 변형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는 요리의 원형에 자국의 식재와 미각을 결합한 결과이다. 떡볶이는 어떠한 식재와도 조합이 가능하다. 즉, 쉽게 현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프랑스에서는 달팽이떡볶이, 독일에서는 소시지떡볶이, 미국에서는 햄떡볶이, 일본에서는 생선떡볶이가 나오게 되지 않을까. 

 

 

떡볶이의 세계화, 남은 과제는?

 

 

△ 떡볶이점의 위생과 플라스틱 조리기구 사용은 시급한 과제이다

 


국내 떡볶이점들은 대부분 영세한 편이다. 조리기구와 위생이 문제일 수 있다. 당국의 꾸준한 점검과 지원이 필요하다 하겠다. 무엇보다 팔팔 끓는 떡볶이에 담가둔 플라스틱 주걱은 당장 시정해야 할 부분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면서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이 있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론 그 말을 참 싫어한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까 별다른 고민 없이 가장 쉽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떡볶이가 세계화 되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매운맛이다. 그렇다고 매운맛을 빼면 현재 본국의 주류맛과는 괴리감이 있다. 떡볶이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뤄지는 세계화, 바로 그 점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국경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다른 나라로 왕래가 활발해졌다. 그만큼 본국의 음식을 경험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세계 음식동향도 오리지널리티로 쏠리고 있다. 즉, 흉내만 낸 짝퉁음식이 아니라 진짜 본국의 맛을 내는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커져가지 줄어들진 않는다고 본다. 떡볶이의 매운맛 해결은 앞서 거론한 막걸리가 한 방편일 수도 있겠다. 쫀득한 떡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대체적으로 우리보다 약한 식감을 선호하는 외국인의 입맛에 현재의 떡은 부담이다. 떡 속에 갈은 고기나 채소를 넣는 방법도 있겠다. 이왕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것이라면, 떡 모양도 자음과 모음을 본뜬 형태를 개발하면 어떨까.

 

이 블로그에서는 떡볶이의 세계화를 지지한다. 정부가 식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잖은가. 숨겨진 배경이야 순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바란다. 청계천 뚝딱 하듯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바라지 말자. 치밀한 전략을 세워 꾸준하게 밀고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