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합(野合)
부부가 아닌 남녀가 몸을 섞는 것을 '야합'이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의 뜻은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들판에서 정을 통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야합이 없었다면 역사는 불세출의 인물들을 창조 해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불순한 목적으로 무슨 일을 꾸미려고 어울려 다니는 것도 '야합'이라 부른다. 기원전 6세기 중국 춘추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노나라에 공흘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기골이 장대한 9척의 무인으로 노나라의 대부가 되었다. 그에겐 소원 하나가 있었다. ''번듯한 아들 하나 남기고 죽을 수 있었으면.'' 공흘은 첫 부인과 사이에서 딸만 아홉을 낳았다. 하여 둘째 부인을 얻어서 겨우 아들 하나 보았는데 절름발이였다. 그 아들의 이름이 맹피이다. 어느덧 환갑이 지났다. 마음이 급해졌다. ''절름발이 아들 하나 남기고 세상을 뜰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예순세살이 되던 해 마을사람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성밖으로 나가서 북쪽으로 십리쯤 가면 무녀가 살고 있다네. 그녀에게 과년한 딸 셋이 있는데 찾아가서 부탁 한번 해보면 어떻겠는가.'' 마음이 혹해서 그 무녀의 집을 찾아가서 저간의 사정을 말하며 딸 하나 주기를 청했다. 무녀가 딸 셋을 불렀다. 스무살 첫째 딸에게물었다. ''너 이 어르신 아이를 낳아 줄 생각이 있느냐'' 첫째는 고개를 저었다. 둘째에게 물었지만 그녀도 싫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열여섯된 셋째에게 물었다. ''네 어머니, 저는 기꺼이 어르신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안징재이다. 성품이 고결하고 마음이 섬세한 여인이었다. 열여섯 처녀 징재와 예순셋 노인 공흘은 집 근처 들판에서 몸을 섞었다. 이윽고 징재의 몸에서 태기가 생겼다. 징재는 열 달을 보낸 후 건강한 사내아이를 생산하였다. 공자는 그렇게 태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를 여의었고 무녀인 어머니 슬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야합'은 사마천의 사기에 처음으로 사용된 말이다. 공자의 출생 이야기 를 전하면서--- 사마천이 살던 시대의 ‘야합’은 지금처럼 그렇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권유적이고 생산적인 의미가 더 강했다. 요즘은 정치적인 용어가 되어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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