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고 치장하는 일등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벽.기둥.천장같은 데에 오색으로 그림 또는 무늬를 화려하게 색칠을 하여 목조건축물의 표면을 보다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흔히 단청이라고 한다. 단청은 특히 궁궐이나 사원 건축에 있어서 무늬들을 조화있게 배열하여 뛰어난 조형미를 이루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목부재의 부식을 방지하고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까지 함으로써 기능적인 면에서도 손꼽히고 있다. 이와 같이 단청은 조형미와 기능미를 고루 갖추고 있어서 목조건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동양문화권에서는 중요한 건축양식의 하나이다.
단청은 흔히 목조건축물에 채색으로 장식하는 것을 말하지만, 그외에도 석조 건축물을 장엄하거나 조상.공예품 등에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여 장식하는 것 등을 총칭하기도 한다. 단청의 색은 청색.적색.황색.백색.흑색의 다섯 가지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오행사상과 관련된 것이라고 본다. 단청의 무늬는 한 채의 건물에도 쓰인 부재에 따라 서로 다르므로 무늬의 종류는 다양하다. 무늬의 체계는 건물을 부위와 장식구성에 따라 머리초와 별지화로 나눌 수 있다.
머리초는 건물의 평방.창방.도리.대들보.서까래.부연 등 부재의 양끝에 그리는 무늬이며, 주된 무늬는 연화.웅련화.파련초.주화.녹화 등 꽃으로 장식되고 있는데 간혹 국화.모란꽃 등이 도안화 되기도 한다.
별지화는 창방.평방.도리.대들보 등 큰 부재의 양끝에 머리초를 놓고 중간 공백부분에 회화적인 수법으로 그린 장식화를 말한다. 별지화는 특히 사찰건축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용.봉황.기린.거북 등의 사령을 비롯하여 천마.사자.운학 등의 상서로운 동물과 사군자나 불교경전에 나오는 장면 등이 있다.
이와 같은 단청은 어떤 사람들이 그렸을까? 우리 나라 단청화공에는 두가지 계통이 있었는데, 하나는 궁전 계통이며 다른 하나는 사찰계통이었다. 궁전계통은 도채공이 맡아서 하는데 궁전을 비롯하여 객사.관아.사묘 등의 단청을 전문적으로 하였다. 사찰의단청공은 화승이 하였는데 금어라고 불렀으며 그들은 단청뿐만 아니라 사찰 안에서 필요한 불상.불화.조각 등의 제작도 하였다. 우리 나라의우수한 단청양식은 임진왜란때 거의 소멸되어 찾아보기 어렵고 다만 고려시대 것으로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조사당, 수덕사 대웅전 등에서 당시의 단청양식을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단청의 개념과 유래
단청이란 본래 여러 가지 색을 써서 건조물을 장업하거나 또는 공예품 등에 채화하여 의장하는 이른바 서, 회, 화를 총칭하는 것으로 작업과정이나 채색된 상태를 이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대에 와서는 단청이라는 개념이 건축물에 채색 하는 일 또는 그 상태를 일컬어 한정하여 쓰여지는 경향이 있으나 고대로 올라갈수록 그 개념은 넓어지며 그 명칭도 각기 다르게 불려졌다. 즉 단확, 단벽, 단록, 단주, 단칠 등으로 불리어졌다. 또한 이러한 단청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컬어 화원, 화공, 도채장 등이라 하였으며 승려로서 단청 일을 하거나 단청에 능한 사람을 금어, 화사, 화승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단청이라 하면 건축물에 여러가지 색채로 그림과 무늬를 그리는 일을 말하며, 본래는 고대에 지배세력이나 나라의 길흉에 관한 의식이나 종교, 신앙적인 의례를 행하는 건물과 의기 등을 엄숙하게 꾸며서 일반 기물과 구분하기 위하여 의장하는데서 비롯 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탑, 신상, 비석 또는 고분이나 무덤의 벽화, 출토된 부장품에 베풀어진 갖은 문양 등이 단청의 시원적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엄 행위는 건축물과 조형 활동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다양하게 변천되어 왔으며 동양사상에서 말하는 음양오행설에 근거한 청, 적, 황, 백, 흑 오채(五彩)의 조화를 추구하며 시대와 사회의 미의식에 순응하여 오늘날의 단청으로 발전되어 온 것이다.
▶단청의 목적
단청을 하는 목적은 크게 다섯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위풍과 장엄을 위한 것으로 궁전이나 법당 등 특수한 건축물을 장엄하여 엄숙한 권위를 나타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둘째 건조물이나 기물을 장기간 보존하고자 할 때 즉, 비바람이나 기후의 변화에 대한 내구성과 방풍, 방부, 건습의 방지를 위한 목적이 있다.
셋째 재질의 조악성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표면에 나타난 흠집 등을 감출 수 있다.
넷째 일반적인 사물과 구별되게 하여 특수기념물의 성격을 나타낼 수 있다.
다섯째 원시사회에서부터 내려오는 주술적인 관념과 또는 고대 종교적 의식 관념에 의한 색채 이미지를 느끼게 할 수 있다.
오행 |
방위 |
절기 |
색상 |
방위신 |
목 |
동 |
봄 |
청 |
청룡 |
화 |
남 |
여름 |
적 |
주작 |
토 |
중안 |
토용 |
황 |
인황 |
금 |
서 |
가을 |
백 |
백호 |
수 |
북 |
겨울 |
흑 |
현무 |
▶단청의 종류
단청의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다섯 가지 또는 여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가칠단청 : 건축물에 선이나 문양 등을 전혀 도채하지 않고 한두 가지 또는 서너 가지의 색으로 그냥 칠만하여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하며 주로 사찰의 요사채나 궁, 능의 협문 등에 많이 쓰인다.
② 긋기단청 : 가칠 단청 한 위에 부재의 형태에 따라 먹선과 분선을 나란히 긋기 하는 것을 말하며 경우에 따라 한두가지 색을 더 사용할 때도 있다. 간혹 부재의 마구리에 간단한 매화점이나 태평화 등의 간단한 문양을 넣는 경우도 있다. 사찰의 요사채나 향교, 서원 부속 건물의 내부등에 많이 사용된다.
③ 모로단청 : 머리단청이라고도 하며 부재의 끝머리 부분에만 비교적 간단한 문양을 넣고 부재의 중간에는 긋기만을 하여 가칠상태로 그냥 두는 것으로 전체적으로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며 단아한 느낌을 준다.
주로 사찰의 누각이나 궁궐의 부속건물 정자 등에 많이 사용된다.
④ 금모로단청 : 얼금 단청이라고도 하며 머리초 문양을 모로단청보다 좀더 복잡하게 초안하여 금단청과 거의 같게 한다. 중간 여백은 모로 단청과 같이 그냥 두거나 간단한 문양이나 단색으로된 기하학적인 문양(금초)을 넣기도 한다.
⑤ 금단청 : 비단에 수를 놓듯이 모든 부재에 여백이 없이 복잡하고 화려하게 도채한다고 해서 비단 금(錦)자를 사용하여 금단청이라고 한다. 주로 사찰의 법당이나 주요 전각에 많이 사용한다.
⑥ 갖은금단청 : 금단청과 같으나 문양이 더욱 세밀하고 복잡하며 문양위에 겹쳐서 동식물 또는 비천상 등을 그려 넣는 경우도 있으며 고분법이라 하여 문양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거나 금박을 사용하여 장엄효과를 극대화 시키기도 한다.
가장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는 법식으로 주로 사찰의 중심되는 법당에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단청의 종류는 각각 그 품격이 다르므로 단청을 할 때에는 대상 건물의 성격과 구조, 주위의 환경등을 잘 파악하여 그 격에 맞는 단청을 해야할 것이다. 일례로 부속전각이나 요사채에 금단청을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 할 것이다.
▶단청의 기법
① 출초(出草) : 단청할 문양의 바탕이 되는 밑그림을 ‘초‘라고 하고 그러한 초를 그리는 작업을 출초 또는 초를 낸다고 한다. 또한 출초를 하는 종이를 초지라고 칭하며 초지는 한지를 두겹이상 세겹 정도 배접하여 사용하거나 모면지나 분당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초지를 단청하고자 하는 부재의 모양과 크기가 같게 마름한 다음 그 부재에 맞게 출초를 하는 것이다.
단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바로 이 출초이며 이 출초에 따라 단청의 문양과 색조가 결정되는 것이다. 출초는 화원들 중에 가장 실력이 있는 도편수가 맡아 한다.
② 천초 : 출초한 초지 밑에 융, 또는 담요를 반듯하게 깔고 그려진 초의 윤곽과 선을 따라 바늘 같은 것으로 미세한 구멍을 뚫어 침공을 만드는 것을 천초 또는 초뚫기라 하고 초 구멍을 낸 것을 초지 본이라 한다.
③ 타초 : 가칠된 부재에 초지본을 건축물의 부재 모양에 맞게 밀착시켜 타분주머니(정분 또는 호분을 넣어서 만든 주머니로 주로 무명을 많이 사용)로 두드리면 뚫어진 침공으로 백분이 들어가 출초된 문양의 윤곽이 백분점선으로 부재에 나타나게 된다.
④ 채화 : 부재에 타초된 문양의 윤곽을 따라 지정된 채색을 차례대로 사용하여 문양을 완성시킨다.
▶건축물에 따른 단청의 특징
궁전 건축의 단청
정적이고 웅건한 맛을 느끼게 하는 의장적 특성이 있고, 독특한 권위적인 상징무늬와 색채가 호화로우면서도 은근히 기품을 준다.
사찰건축의 단청
남아있는 거의 대부분의 목조건물은 임진란 이후에 재건된 것으로 단청의 유구가 풍부하지만 조선초기에 이어지는 고격한 맛은 많이 감소되었고 문 양의 구성과 장식이 복잡한 것은 물론 다채로운 색조의 대비와 극도로 화 려함이 성행하였다. 색채의 사용이 매우 원색적, 표현적이며 다채롭다.
유교건축의 단청
검소하고 검양하며 그러면서도 웅미, 건실한 의장이 특징이다. 주로 긋기 단청으로 고상하게 장식하고 성전의 기품을 나타내기 위해 부분 적으로 모루단청을 첨가하여 의례적인 정신을 강조하였다.
▶우리정신과 감정을 다양한 색체로 표현
임영주 - 한국고미술협회 연구실장
우리 선조들의 전통 가운데 건축을 비롯해서 생활 주변에서 사용해온 갖가지 다양한 기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요소는 삼다신앙(三多信仰)이라고 할 수 있다. 삼다신앙이란 다복(多福), 다수(多壽), 다자손(多子孫)을 일컫는다. 즉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며 자손을 많이 두고 대대손손 번영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신앙요소는 경험과 사고를 기본으로 하는 농경문화가 발달되면서 싹트게 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일찍부터 천문과 기상의 변화에 관심이 많았으며, 그것은 하늘의 정치를 표방하는 정치이념과 직결되어 점성적(占星的)으로 주요한 의의를 지니게 되었다. 부락이나 부족인 전체, 논, 밭, 산, 바다, 들, 개천, 바위, 나무, 사람, 짐승들은 물론, 해와 달, 별, 바람과 비 등 천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궁궐이나 법당 등 건축물에 오색찬연한 빛깔과 문양으로 표현했다.
이렇듯 천상세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여러 가지 단청문양은 나라의 평안과 번영, 풍요를 기원하는 뜻을 지니고, 또한 종교·신앙적으로는 법계(法界)의 신성(神性)을 나타냄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 의 평안과 안식을 기원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단청은 건물의 각 부재(部材)에 알맞은 상징적인 무늬를 다양한 빛깔로 장엄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단청은 사람에게 의복을 입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임금은 임금의 품위에 어울리게 치장을 하고 귀족은 귀족에 걸맞게 옷을 입는다. 또 문신(文臣)과 무신(武臣)은 각기 자 기 신분에 알맞은 옷을 입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건축물도 그 건물의 성격에 따라 단청의 모 양을 달리하게 마련이다. 즉 궁궐건축의 단청과 사찰건축의 단청이 서로 다르고, 관아건물과 서 원, 향교 등의 단청이 서로 다른 것이다.
단청을 하지 않은 건물을 우리는 ‘백골집’이라 부른다. 일반 백성이 평소에 무늬가 있는 옷을 입을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사는 여염집은 아무런 치장을 하지 않은 백골집이어야 했다.
이렇게 단청은 각 시대 건축물의 변천과 발전과정에 따라 그 양상을 달리하며, 또한 그 양식의 변화를 통해 그 시대의 사회·문화·종교·신앙적 배경을 알 수 있다. 불교를 억제하고 유교를 기본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고려시대까지의 고요하고 경건한 색감과 문양보다는 점차 토 속적이고 무속적인 요소까지 융합되어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으며, 채색도 다채롭게 쓰이는 등 변화가 많아졌다. 즉 단청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복합적인 미(美)를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청은 단순히 건물을 치장하는 것으로서가 아닌 시대의 사상과 미적 가치를 대변해 준다 는 데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목조 건축물에 주로 단청을 하는 이유는 건물의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서, 혹은 특수한 건물의 성 격에 맞는 장엄성과 위엄을 보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목재 표면이 갈라지거나 비, 바람 등 자 연현상으로 인한 부식(腐植)과 충해(蟲害)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색채의 사용은 옛부터 음양오행설에 따른 다섯 가지 원색, 즉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 (黑)과 석간주(石間誅) 등의 중간색이 주로 쓰였는데, 건물의 상부는 녹색계열, 하부는 붉은색 계 열로 서로 배색(配色)하는 경향이 많다. 이는 상록하단(上綠下丹)을 원칙으로, 자연과의 조화가 이 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단청의 종류는 대개 여섯 가지로 구분되는데, 긋기단청, 모루(모로)단청, 모루긋기단청, 금단청, 금 모루단청, 갖은금단청 등이다. 긋기단청은 부재의 테두리 등에서 긋기만 하여 장식하는 가장 간소 한 단청이다. 모루단청이란 각 부재의 머리 부분에 연화, 주화 등으로 다소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다. 금단청은 다양한 무늬가 있는 비단을 바른 것처럼 기하학적 문양을 그려넣은 단청으로 주로 사찰의 법당에 꾸며진다. 이밖에도 금박단청, 칠보단청 등 더욱 화려하게 꾸며진 단청도 있다.
단청에서 문양의 도안을 ‘초(草)’ 또는 ‘초상(草像)’이라 한다. 각 부재에 들어가는 초상에 따라서 각기 그 명칭을 달리하여 부르고 있다. 휘(暉)는 가운데 주문양이 배치되고 가운데 문양과 바탕 사이를 잇는 오색의 띠가 겹겹이 둘러싼 것을 말하는데, 색띠의 수에 따라 단휘, 이휘, 삼휘 등이 있고, 적, 녹, 황, 청, 석간주 등의 색이 주로 쓰인다.
이렇게 다양한 모양과 색을 가진 단청은 건축의 조형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정신과 감정의 표현 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우리는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우리나라 목조건축의 단청들을 접 하면서 우리 선조들의 건축의장에 대한 미의식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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