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청양식의 종류
건축물이 처음 완공되어 모든 부재가 자연 그대로 단청하기 전의 상태를 '백골집'이라 부른다. 여기에 처음으로 도채하는 단청을 가리켜 지금까지 달리 부르는 용어가 없기 때문에 '일반단청'이라 이름하고자 한다. 이를 간혹 '신색단청(新色丹靑)'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말은 고색단청(古色丹靑)의 상대적 개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단청의 조형양식에는 건물의 중요도 등급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는 다섯 가지, 세분하면 여덟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5종 분류 : 금단청, 얼금단청, 모로단청, 긋기단청, 가칠단청
8종 분류 : 갖은금단청, 금단청, 얼금단청, 금모로단청, 모로단청, 모로긋기단청, 긋기단청, 가칠단청
1)가칠단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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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칠단청은 부재의 영구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가장 낮은 등급의 양식이다. 선이나 각종의 문양을 전혀 장식하지 않고, 몇 종류의 색으로만 2회 이상 반복으로 칠하여 마무리한다. 가칠에 사용되는 안료는 뇌록·석간주·육색·백분·미색·삼청·삼록·양록 등으로 다양한데 뇌록과 석간주가 가장 많이 쓰인다. 부재의 면닦기가 완료되면 바탕면에 교찰제를 포수하고 건조 후 다시 바탕칠을 도채한다.
다시 바탕칠이 완전히 마른 뒤에 각 부재에 적용되는 색으로 2회 이상 가칠을 시채한다. 창방 이상의 가로 부재에는 뇌록을 가칠하며, 기둥을 포함한 그 이하 부재와 합각판 등에는 석간주를 가칠한다. 각종 벽에는 토육색·주홍육색·삼청·삼록 등을 가칠하며, 연목사이의 연골에는 분가칠을 시행한다. 또한 부위에 따라 다른 색도 추가될 수 있다. 이 양식은 주로 사찰의 요사채나 궁·능의 협문, 일반주택에 적용된다.
(요사이 바탕칠작업을 생략하는 것이 일반화된 현상인데 그 이유는 바탕칠을 하고 그 위에 가칠을 하면 도채의 피막이 너무 두꺼워져 색이 박락(剝落)되기 쉽고 건조 후 색이 갈라지는 이른바 실금현상이 빨리 발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탕칠은 채색이 여러 번 올라가는 금단청이나 모로단청에서는 생략할 수 있으나 가칠단청에서는 어느 정도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2) 긋기단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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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칠단청에서 한 단계 진보한 것으로 부재에 바탕칠한 후 먹·분선긋기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먼저 각 부재에 상응하는 바탕색을 칠하고 건조한 후 부재의 형태에 따라 먹선·분선을 틈이 벌어지지 않게 밀접시켜 복선으로 긋는다.
창방 이상의 목부재와 각종의 벽에만 선긋기를 하고, 석간주가 칠해지는 기둥 이하의 부재에는 생략한다. 긋기는 경우에 따라 한두 종의 색을 더 사용할 때도 있으며, 화반·익공 등의 초각에는 그 형상을 따라 먹·분선긋기로 문양을 넣기도 한다.
또는 부연·서까래·출목 등의 마구리에는 매화점·연화문·태평화등의 간단한 문양을 넣는 경우도 있다. 주로 사찰의 오사채나 향교·서원의 부속건물 등에 적용된다.
3) 모로단청(머리단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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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단청' 또는 '모루단청' 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말은 목부재의 끝 부분에만 머리초문양을 장식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즉 '모로'란 '머리'의 발음이 변이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휘장식을 포함하여 머리초문양의 적용 범위는 대게 목부재 길이의 약 1/3정도로 잡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부재가 대량처럼 아주 길거나 짧은 경우는 적용범위도 달라진다. 부연과 서까래 등에는 처마 끝 부분에만 머리초를 장식한다. 창방·평방·도리·대량 등에는 양단에 각각 머리초를 장식하며, 중간(계풍)은 뇌록바탕에 선긋기로 마무리한다.
머리초무늬는 다소 간략하게 도안하고, 휘장식 역시 2~4개 정도의 간단한 늘휘나 인휘로 구성한다. 직휘는 복잡하지 않은 먹직휘나 색직휘 등을 사용하고, 색상은 명도 2빛으로 도채한다. 이 양식은 전체적으로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단아한 느낌을 자아낸다. 주로 사찰의 누각·궁궐의 부속건물·향교·서원·사당·정자 등에 적용된다.
4)얼금단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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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금단청의 조혀양식은 최고 등급인 금단청과 모로단청의 절충형이다. 다른 말로 '금모로단청'이라고도 하는데 세분하면 그보다 약간 상위 등급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원래 '얼금'이란 의미는 꼐풍에 금문이나 당초문을 얼기 설기 넣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따라서 계풍에 뇌록가칠만을 하는 금모로양식과는 약간의 차별성을 보인다.
머리초는 모로단청보다 다소 복잡하게 도안하여 금단청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출초한다. 휘장식은 대개 인휘로 구성하는데 그 수는 3~5개가 보통이다. 중간 꼐풍에는 계획돈 출초 없이 즉석으로 간단한 당초문을 그리거나 단색계열 2빛의 금문을 넣기도 한다. 포벽에도 출초하지 않고 간단한 당초문을 장식한다.
5)금단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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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청은 최고등급의 장엄양식이다. 이 양식의 명칭에 비단 '금'(錦)자를 붙인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비단에 수를 놓듯이 모든 부재를 복잡한 문양과 화려한 채색으로 장식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금단청양식에는 금문이 추가로 장식되는데 이 때문에 '금단청'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금단청의 머리초는 병머리초·장구머리초·겹장구머리초 등의 화려한 문양을 적용하고 골팽이에 번엽을 추가하기도 한다. 휘 역시 가장 복잡한 바자휘를 4~6개 사용하여 화려함을 더해준다.
직휘는 장단 직휘를 사용할 수 있으나 대개는 금무늬 직휘를 장식하며 부재의 뒷 끝머리에까지 문양을 도채하는데 이것을 '뒷목초'라 부른다. 계풍에도 각종의 금무늬를 장식하고, 중심부에 풍혈 또는 안상(眼狀)을 구획하여 그 안에 용·봉황·학·신수·화조·산수·사군자·비천·인물 등의 별화를 장식한다. 또한 문양 전체 황색 줄에는 금박으로 도금하여 찬란한 광채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포벽에는 각종의 부처님상을 묘사하는데 이것을 '불벽화'라 하며, 화려한 보상화문을 도채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엄양식은 대웅전·대웅보전·극락전·비로전등 부처님을 모신 사찰의 중심 법당에 적용된다.
6) 갖은금단청
금단청보다 더욱 화려한 것으로 각종 문양을 더욱 세치하고 극도로 화려하게 장엄하는 조형양식을 말한다. 즉 금단청보다 문양을 더욱 밀도 있게 도채하고, 각종의 별화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또한 고분법이나 돋음직을 이용하여 문양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거나 그 위에 금박을 사용하여 찬란한 광채의 장엄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양식은 금단청을 더욱 화려하게 장엄하려는 의도에서 파생디었다. 따라서 금단청과 양식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며, 아주 잘된 금단청을 '갖음금단청'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양식은 많은 시간과 고가의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사찰의 대불전에만 지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모로긋기단청이 있으나 이 역시 근래에 나타난 절충형으로 긋기단청과 모로단청의 중간에 해당되는 양식을 말한다. 이러한 장엄의 종류는 각각 그 품격이 다르므로 대상 건물의 성격과 주위의 환경 등을 잘 파악하여 격에 어울리는 단청을 해야 한다. 일례로 부처님을 모시지 않는 부속전각이나 요사채 등에 최고 등급인 금단청을 하는 것은 격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2. 보수단청(고색단청·땜단청·고색땜단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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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단청'이란 자연적으로 빛이 바랜 색을 인위적으로 조채하여 그대로 재현 채색하는 기법을 말한다. 이러한 도채법은 보수건축물의 교체된 신재면에 땜단청할 때 구재(久材)에 남아있는 단청색깔의 퇴색·박락 정도에 맞추어 조채 채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추향에 따라 간혹 새로 지은 건물에도 약간 저 채도의 고색으로 조채하여 단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신색의 너무 화려한 색대비로 인하여 발생하는 시각적인 혼란스러움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이다.
(1980년대 중반에 단청된 통도사 안양암의 법당은 당시 주지스님의 요청에 따라 처음 단청 시에 약간 저채도로 조채하여 시채되었다.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일반 단청과 다를 바가 없으나 시공직후에는 전체적으로 너무 화려하지 않고 조화로운 색 대비를 연출하는 효과를 가져온 실례가 있다. 그러나 화학 안효는 그 성분에 따라 혼합이 더해질수록 색이 빨리 퇴화되는 성질이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여러 가지 색의 혼합은 피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청계에서는 땜단청을 '고색단청'이라 명명해왔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여 고색단청과 고색땜단청은 그 의미가 다른 것이다. 그러나 관례상 이 명칭들이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바, 자칫 이 용어들의 뜻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땜단청 역시 신색의 땜단청과 고색의 땜단청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전수한 바와 같이 '고색땜단청'이란 보수된 건물의 새로 교체한 부재를 단청할 때 부재에 남아있는 단청 색의 퇴화된 빛깔과 동일하게 조채하여 도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 건축된 건물이라 하더라도 몇 년 되지 않아 단청도색이 미처 바래기도 전에 부분 보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한 경우네는 의도적으로 고색을 조채하여 채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신색 안료를 그대로 사용하여 도채한다. 이러한 방식을 이름하여 '땜단청'또는 '신색땜단청'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고색단청은 전면 고색단청과 고색땜단청으로 세분할 수 있고, 땜단청 역시 신색땜단청과 고색땜단청으로 분리해야 보다 정확한 구분과 용어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새로운 건물의 전면 고색단청은 그 실례도 드물거니와, 혼합할수록 쉽게 변색되는 화학안료의 성분을 고려한다면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신색땜단청은 일반단청의 시공방식과 다를 바 없으므로 별도로 시공방식을 정립할 필요가 없다.
3. 건물의 성격에 따른 구분
1)궁궐단청
궁궐에는 정전·대문·편전·침전·배례전·각루 등 다양한 건물이 존재한다. 이들 건축물에는 각기 그 등급에 따라 다양한 양식의 종류가 단청된다.
궁궐에서 국왕이 정사를 돌보는 가장 상징적이고도 웅장한 건물은 중앙에 위치한 정전이다. 경복궁 근정전·창덕궁 인정전·창경궁 명전전·경희궁 숭전전·덕수궁 중화전이 조선시대 5대궁의 정전들이다. 이러한 정전에는 국왕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문양들을 장업한다.
대게 정전의 단청양식은 정적이고 웅건한 맛을 느끼게 하는 의장적 특성이 있으며, 독특하고 권위적인 상징무늬와 색채가 호화로우면서도 은근히 기품을 보여준다.
장식되는 문양의 종류를 간략히 살펴보면 머리초는 연화·주화·모란·국화 등의 종류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데, 그 상징의미는 각기 군자·만사형통·부귀·장수를 상징한다. 연꽃은 원래 연화화생(蓮華化生)을 의미하는 불교의 상징화로 알려져 있지만, 유교에서는 군자를 상징하며, 동시에 아들을 많이 낳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궁궐의 단청에서도 즐겨 사용될 수 있는 문양이다.
정전의 내부 천정에는 용·봉황·학·모란·국화 등의 각종무늬가 장식되는데 용가 봉황은 왕권을 상징하며, 학은 국화와 마찬가지로 국왕의 무병장수를 의미한다.
2)불교사찰단청
사찰의 단청양식은 오늘날 한국 단청의 명맥을 이어오는 중요한 보고이다. 현재 남아있는 거의 대부분의 불교사찰 목조건물은 임진란 이후에 재건된 것으로 단청의 유구가 풍부하게 전해지고 있다. 사찰의 건물은 대불전(대웅전·대웅보전·대적광전·비로전·극락전·무량수전등)·보살전(원통전·명부전·용화전·미륵전 등)·영산전·팔상전·조사전·판전·삼성각·종루·요사채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바로 그러한 건물들에 한국단청의 모든 조형양식이 장엄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 나라 사찰의 단청양식은 조선초기까지 이어지는 고격한 맛은 많인 감소되었고 문양의 구성가 장식이 상징적으로 복잡하게 조합되기 이르렀다. 색채 또한 안료의 발달과 더불어 다채로운 색조의 대비와 극도로화려함이 성행하였다. 사찰단청의 색채의 사용이 매우 원색적이고, 표현적이며 다채로운 특성을 띠고 있다.
사찰단청의 문양적 특징은 불교의 의미와 관련된 소재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종류를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특히 궁궐이나 유교단청에서 볼 수 없는 비단무늬를 각양각색으로 도안하여 장엄하고 있는 것이 불교단청의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3)향교·서원건축의단청
조선시대에는 배불숭유(排佛崇儒)의 정책으로 향교와 서원의 건축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향교는 성균관의 하급 관학(官學)으로서 공자와 성현의 위패를 모시는 문묘·대성전·양무와 강학공간인 명륜당·양재등을 건축하였다. 서원은 조선 중기 이후 선현(先賢)과 향현(鄕賢)에 제사하고 인재를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 곳곳에 세운 사설기관으로서, 사우(祠宇)·강당·서재등 건물을 갖추게 되었다.
유교건축의 단청양식은 검소하고 검양하면서도 웅미·건실한 의장적 특징을 보여준다. 주로 긋기 단청으로 고상하게 장식하고 성전의 기품을 나타내기 위해 부분적으로 모로단청을 첨가하여 의례적인 정신을 강조한다.
한편 유교단청에도 연화·주화·여의두 등으로 조합된 간단한 머리초를 장식할 수 있다. 연꽃은 불교의 절대적인 상징화이기도 하지만, 유교에서는 군자를 상징하며, 동시에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은일지사(隱逸之士)의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연꽃을 머리초의 모양으로 이용하여 장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주화문은 감꼭지를 도식화한 문양으로 만사형통을 의미하며, 여의두(쇠코화)무늬는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평안하며 일이 뜻대로 잘되기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양도 유교의 향교나 서원단청에 사용할 수 있는 문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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