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영의세계☆/♡불교의이야기♡

[꽃]

문수봉(李楨汕) 2009. 2. 4. 17:03



법당 건물에서 장식 문양이 가장 풍부하게 베풀어져 있는 부분이 천장이다. ‘井’자 형태로 분할된 천장의 작은 구획마다 연꽃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꽃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화려한 색으로 채색된 다양한 꽃 장식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롭고 환상적인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꽃은 또한 수미단에도 있다. 단 위에는 꽃병에 꽂힌 꽃이 있고, 전면과 측면에는 연꽃, 모란, 국화 등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꽃들이 새겨져 있다. 법당 천장과 불단에 장식된 수많은 꽃들은 단순히 불전 미화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화로서, 또는 우화서(雨花瑞)와 각화(覺華)의 상징물로서 존재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 사부대중에게 둘러싸여 공양과 공경과 찬탄을 받고 〈법화경〉에 앞서 무량의경(無量義經)을 설했다. 부처님이 경을 설한 후 가부좌를 맺고 무량의처 삼매(三昧)에 드니 몸과 마음이 동요되지 않았다. 이 때 하늘이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과 만수사꽃과 마하만수사꽃을 비 오듯이 내리어 부처님과 모든 대중에게 흩었다(〈묘법연화경〉 서품). 부처님과 사부 대중 머리 위에 흩어져 내린 크고 작은 만다라화는 흰 연꽃이며, 만수사화는 붉은 연꽃이다.


부처님이 설법을 마치고 삼매에 들었을 때나 정각(正覺)을 얻었을 때 하늘에서 상서로운 꽃비가 내린 것을 우화서라고 한다. 우화서는 무량의경을 설한 설법의 상서, 무량의처(無量義處) 삼매에 들어가는 입정(入定)의 상서, 여섯 가지 대지가 진동한 지동(地動)의 상서, 부처의 미간의 백호가 빛을 내어 동방의 만 팔천 불토를 비치는 방광(放光)의 상서, 대중이 보고 환희가 생기는 심희(心喜)의 상서 등을 일컫는 법화육서(法華六瑞) 중의 하나이다. 우화서는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려는 대중들의 기대와 감격, 그리고 부처님이 설하는 법문의 경이로움 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상황을 법당에 구현해 놓은 것이 천장의 수많은 꽃 장식 문양들인 것이다.

우화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경에서는 “사(事)에 의하여 말하면 이미 비상법(非常法)을 설하니 모든 하늘이 감동하여 꽃 공양을 한 것이고, (중략) 이치에 의해 말한다면 하늘은 청정한 것이며, 사부 대중의 마음이 이미 청정하였으므로 경을 듣자 바로 성불한 것이다. 네 종류의 꽃비는 바로 사부대중이 성불한 것을 나타낸 것이다.”(〈법화경소(法華經疏)〉 권2)라고 했다. 연꽃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렸다는 것은, 천상계(天上界)가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뜻이다. 연꽃이 부처님 위에도 내리고, 모든 대중 위에도 흩어졌다고 하는 것은, 인간계와 천상계가 모두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듣고, 언젠가는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부처님 경지에 이를 것이라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영산일회연미산(靈山一會然未散)’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영산정토에서의 법회는 엄숙하여 그 모임이 아직까지도 흩어지지 않고, 또한 석가여래의 설법도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사찰의 법당은 영산도량(靈山道場)과 같은 곳이기 때문에 아직도 법당 안에서는 부처님의 설법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설법 후에 나타난 우화의 상서를 법당 안에 구현한 유례로서 볼만한 것은 강진 무위사 극락전, 여수 흥국사 대웅전, 안동 봉정사 대웅전 천장의 꽃 장식 등이 있다


조선 초기에 건립된 무위사 극락보전 천장의 연꽃장식은 천장의 꽃장식이 우화서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중요한 유적 중 하나이다. 이 극락보전은 기본적으로 내부에 서까래가 노출되어 있는 연등천장식 건물이다. 이와 같은 구조를 가진 건물에 굳이 불좌 위쪽에 두 평 정도의 井자 천장을 마련한 것은 그곳에 하늘 꽃을 장식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 모양을 살펴보면 가설한 천장의 반은 쌍룡이 노니는 보개형(寶蓋形) 닫집으로 조성돼 있고, 나머지 반은 井자 구획마다 연꽃 한 송이씩이 그려져 있다.

여수 흥국사 대웅전 천장의 꽃 장식 문양은 현존하는 천장 장식 문양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대웅전 천장의 꽃 장식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장방형으로 구획된 공간마다 꽃을 여섯 송이 그려 놓은 것, 연꽃 등 각양각색의 꽃을 꽂은 화병을 그린 것, 그리고 井자형으로 구획된 공간 속에 팔엽 연꽃을 한 송이씩 그린 것 등이 있다. 여섯 송이의 꽃을 그린 형식의 것은 꽃 모양이 각각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데, 파련화(波蓮花, 연꽃잎의 한쪽이 나선형으로 구부러져 감긴 것처럼 생긴 꽃문양), 중화문(重花紋, 연꽃이 겹쳐진 것처럼 된 것), 보상화(寶相華, 일명 만다라화라고 하는 당초문양 계통의 이상화한 꽃)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화병을 그린 것은 하나의 본을 반복 사용하여 기본적인 형태를 잡고, 꽃과 꽃봉오리 등의 색을 달리 칠하여 변화를 주었다. 팔엽 연꽃을 그린 것은 적색과 백색을 사용하여 밝고 화사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흰색과 붉은 색을 사용한 것은 경에서 말한 흰색 연꽃인 만다라화와 붉은 연꽃인 만수사화를 표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흥국사 대웅전 천장을 가득 메운 각양각색의 화려한 꽃 장식은 우화(雨花)의 상서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형태와 색채가 가히 화려하고 환상적이다.

봉정사 대웅전 천장의 꽃 장식 문양은 井자형 구획의 중심에 육엽 연꽃을 한 송이씩 그려 넣은 형식으로 되어 있다. 꽃잎마다 한 글자씩 모두 6자의 진언을 써 놓았는데, 글자의 위치는 일정하지 않다. 남장사 극락보전 천장의 꽃 장식은 봉정사의 것과 마찬가지로 井자형 천장의 각 구획마다 꽃 한 송이씩 그린 다음, 몇 군데에 학(鶴)처럼 생긴 새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한편, 꽃 장식이 아니라 ‘우화’라는 이름을 건물에 붙이는 방법으로 우화서의 의미를 표현한 경우가 있다. 주로 대중 설법이 이루어지는 누각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지는데, 대표적인 예가 완주 화암사 우화루, 안동 봉정사와 영선암의 우화루이며, 그 밖에 덕유산 백련사 우화루, 익산 숭림사 우화루, 삼각산 청룡사 우화루 등이 있다.

한편으로 불교에서는 꽃을 상징화하여 만행화(萬行花)라 부른다. 꽃이라는 것은 개화 다음에는 반드시 열매를 맺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꽃을 해탈을 이루기 위해 힘쓰는 정진에 비유한 것이다. 해탈을 이루기 위해서는 불심도 닦고 자비를 실천하는 등 만 가지 실행을 필요로 한다. 그런 까닭에 열매 맺기 전에 먼저 피는 꽃의 속성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꽃을 깨달음에 비유하여 각화(覺華)라 하기도 하는데,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 마치 꽃이 피는 것과 같으므로 꽃을 각화라고 부르는 것이다. 부처님은 한없는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의 안락한 곳으로 들어가서 여러 각화의 환희 속을 노닐며 즐거움을 누렸으며(〈대열반경〉 권4), 맑은 선정(禪定)의 물이 항상 깨달음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종경록〉 권31).

부처님께 올리는 여섯 가지 공양물 중 으뜸가는 것이 꽃 공양이다. 최초의 꽃 공양 사례를 보여 주는 예이다. 부처님의 다비를 치루고 나서 “대중들이 각자 무수한 향과 꽃 그리고 보당(寶幢), 번개(幡蓋)를 공양했다”고 한 〈열반경〉의 내용은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로부터 부처님께 꽃을 공양하는 것은 부처님께 최대의 경의를 표하는 행위였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당초 부처님이 생활하던 더운 지방에서는 부처님께 공양한 꽃이 생화였을 것이나, 겨울 동안에는 꽃을 구할 수 없는 우리나라와 같은 지역에서는 조화 또는 그림으로써 생화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림이나 조각 수법으로 꽃 장식을 베푸는 과정에서 보다 화려한 꽃들이 탄생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보상화(寶相華)이다. 보상화는 연꽃을 모체로 해서 장식을 가하고 꽃잎을 층층이 중첩시켜 화려한 색채를 부가한 이상화된 꽃이자 예술적으로 가공된 꽃이다.

화만(華)만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꽃바구니 또는 꽃다발이다. 원래 이것은 인도 풍속으로 주로 향기가 진한 생화를 실로 꿰거나 묶어 목이나 몸에 장식하는 장신구였으나, 비구들은 몸에 장식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아 방 안에 걸어두거나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으로 보편화되었다. 후에 생화 대신에 금속.천.종이.목판.그림 등으로 화만의 형태를 만들어 불전을 장식하는 장엄구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 사찰의 경우에는 법당 내외의 공포 벽에 화만이 그려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장식 꽃문양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었던 것으로 모란과 국화가 있다. 당나라 이래 번영과 창성의 꽃으로 인식된 모란은 우리나라에서도 미호(美好)와 행복의 상징으로 널리 애호되어 불전 공양화로 널리 쓰였다. 강화 정수사 대웅전 어간(御間)문의 투조 꽃문양, 관음사 대웅전의 꽃을 꽂은 꽃병 조각 등에서 꽃문양 장식으로 꽃 공양을 대신하고 있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불전 장식 소재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꽃은 단순히 불전 미화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설법에 대한 환희와 상서, 그리고 깨달음의 상징성, 또한 지극정성으로 부처님을 기리는 공양심을 담고 있는 것이다.
출처;불교신문

*道窓스님***合掌 道窓스님

    www.dochang.pe.kr

    '☆종교와영의세계☆ > ♡불교의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리]  (0) 2009.02.04
    [다보탑 석가탑]  (0) 2009.02.04
    [일원상]  (0) 2009.02.04
    [주악인물상]   (0) 2009.02.04
    [卍]  (0) 2009.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