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상(童子像)
청정무구 성불의 완전한 가능성 지닌 중생 대승보살의 구도 실천자 상징
천진불 모습 상상해 내기 부족함 없어 상원사 문수동자는 중요한 예불 대상 수월관음도서 선재동자 찾을 수 있어
<여수 흥국사 수월관음도(보물 제1332호)의 선재동자상> 사진설명: 머리에 쌍상투를 튼 어린이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천의(天衣)를 입고 합장한 모습 속에 구법의 의지가 드러난다. 사람들은 흔히 세속적 욕망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동심(童心)에 비유한다. 불교에서도 동자는 비록 미완성의 단계에 있으나 사심 없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맑고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를 의미한다. 동자는 대승보살의 구도적 실천자의 대표적 상징으로 관념되기도 하고, 스스로 깨달은 불법을 중생들에게 전하는 사자(使者)로서 존재하기도 한다. 동자에 부여된 몇 가지 상징적 의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청정무구함과 성불의 완전한 가능성을 지닌 유정(有情 : 마음이 있는 중생)’이라는 것이다. 사찰에서 의지처가 없는 어린이들을 각별한 마음으로 돌보는 이유는 단지 연민의 정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부처님과 비견되는 순수한 천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고 있고, 성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읽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관념으로부터 나온 것이 바로 천진불(天眞佛)의 개념이다. 보살의 위치에 있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문수동자, 보현동자라 부르고 있는 것도 보살이 탐욕이나 집착이 없고 마음이 청정한 것이 마치 천진한 동자와 같기 때문이다. 불교 미술에 나타나고 있는 동자는 일반적으로 머리털을 좌우로 갈라 머리 위에서 두 개의 뿔처럼 잡아맨 남자 어린이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머리모양이 이것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때로 모자를 쓴 형태, 뒤로 긴 머리, 땋은 머리, 단발머리 형상 등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옷은 상체를 벗고 하체는 짧은 바지를 입은 채 천의(天衣) 자락을 걸친 어린이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바지저고리와 두루마기를 입은 조선복식 차림인 경우도 있으며, 여자 옷을 입은 예도 있다. 지물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꽃이나 부채.복숭아.석류.참외.포도 등 과일이나 책.붓.벼루.거북.봉황 등 다양한 물건을 들고 있다.
 <평창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제221호)> 사진설명: 다소 경직된 분위기를 느끼게 하지만 머리모양이나 얼굴에서 동자의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대승불교에서의 동자는 보살행을 실천하는 구도실천행자의 대표적 상징으로 존재하고 있다. 동자는 보살의 원력이 불심, 곧 동심이란 순진무구한 본성의 이미지를 빌려서 그린 동자의 모습으로 현현한 것이다. 불교에는 수많은 동자들이 있지만 특히 화엄경에서의 선재동자는 대승보살의 구도적 실천자의 대표로 상징되고 있다.
선재동자에 관한 이야기는 〈대방광불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온다. 이름이 선재동자가 된 내력에 대해 경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선재동자가 처음 태(胎)에 들 때에 그 집 안에 자연히 생긴 칠보 누각 밑에 일곱 군데 복장(伏藏)이 있었고, 그 복장 위에는 칠보의 싹이 돋아났다. 가지가지 보배와 재물과 모든 일용품 따위가 쏟아져 내려서 모든 고방이 가득 찼다. 그래서 부모와 친척과 관상 보는 사람들이 합의하여 이 동자의 이름을 선재(善財)라고 지었다고 한다. 선재동자는 지난 세상에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여 많은 선근을 심었고, 믿는 마음과 알음알이가 크고 넓으며,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기를 좋아하고, 몸이나 입이나 마음으로 짓는 일에 모두 잘못이 없고, 깨끗한 보살의 도를 꾸준히 닦았다고 한다. 선재동자를 남순동자(南巡童子)라 부르기도 하는데,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남으로 남으로 구도 여행을 했다는 데서 연유한 것이다.
<영암 도갑사 해탈문 보현동자상> 사진설명: 두 동자상의 머리를 묶은 모양새가 다른 동자상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사자는 보현보살의 탈 것이다. 구도의 길을 찾아 헤매던 선재동자는 어느 날 문수보살의 권유를 받고 무상정각(無上正覺)을 이루기로 발심하고 확신에 찬 발걸음으로 선지식을 찾아 남쪽으로 구법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 극적인 구법 편력은 〈대방광불화엄경〉 입법계품 전체 내용의 4분의 1에 걸쳐 펼쳐져 있다. 선재동자는 남쪽으로 보살.비구.비구니.바라문.장자.지신.나무신 등 보살에서 목신(木神)에 이르는 53선지식을 찾아가 법을 묻고 배우는 구도의 여정을 거쳐 그 마지막 차례에 보현보살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의 보현행원품 설법을 듣는 것으로써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만나 그들에게 법을 묻고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는 구법의 여정은 이론에서 출발해서 끊임없는 체험을 통해 그 이론을 검증하고 심화시킨 후 마침내 궁극적 실천의 방향을 잡는 것으로 전개되어 나갔던 것이다.
선재동자의 모습은 불화 수월관음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화엄경〉 입법계품에는 선재동자가 인도 남쪽 바닷가에 연한 보타락가산에서 법을 설하는 관세음보살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그 관음보살을 수월(水月)관음이라 부른다. 수월관음이라 한 이유는 달이 허공에 높이 떠올라 휘영청 밝은 가운데 관음보살이 물가의 벼랑위에 앉아서 선재동자에게 법을 설했기 때문이다.
 <보은 법주사 원통전 목조 선재동자상> 사진설명: 살이 통통하게 오른 앙증맞은 손, 쌍상투를 튼 귀엽게 생긴 얼굴을 가진 어린이 모습에서 천진불의 모습을 상상하기 충분하다. 현존하는 고려시대 불화 중 선재동자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는 그림으로는 호암미술관 소장 수월관음도(보물 제926호), 우학문화재단 소장 수월관음도(보물 제1286호)가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 작품으로는 태평양박물관 소장 수월관음도(보물 제1332호), 한국불교미술박물관 소장 의겸등필수월관음도(보물 제1204호) 등이 있다. 이 그림들은 모두 선재동자가 남쪽 바닷가 보타락가산에서 관세음보살의 법문을 듣고 있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표현 기법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풍만하면서도 섬세한 이목구비를 갖추고 투명한 옷에 화려한 보관을 쓴 관음보살을 중앙에 배치한 것이나, 화면 왼쪽 대각선 모퉁이에 쌍상투를 하고 천의 자락을 휘날리며 관음보살을 향해 합장하고 있는 선재동자를 묘사한 점 등은 서로 다르지 않다.
그림 이외에도 목조 선재동자상이 유존하는데, 보은 법주사 원통전의 선재동자상이 그것이다. 상승 기운을 타고 나부끼는 천의자락을 걸치고 연꽃 대좌 위에 꿇어 앉아 관음보살을 향해 간절한 마음으로 합장하고 있는 선재동자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쌍상투를 묶은 귀엽게 생긴 얼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앙증맞은 손, 천 조각 같은 작은 옷을 입은 모습에서 천진불의 모습을 상상해 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동자상은 선재동자상 말고도 상원사 청량선원에 문수동자상이 있고, 도갑사 해탈문과 마곡사 해탈문에는 문수동자상과 보현동자상이 있다. 상원사 문수동자상은 상원사에서 가장 중요한 예불의 대상이 되어 있는 동자상으로 현재 문수보살상, 선재동자상과 함께 봉안되어 있다. 조선 세조 12년(1446)에 세조의 둘째 딸 의숙(懿淑)공주 부부의 발원에 의해 조성된 문수동자상은 세조가 직접 보았다고 하는 문수동자의 모습을 조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수동자상을 보면 전체 분위기가 수월관음도나 법주사 원통전에서 볼 수 있는 동자의 귀여운 모습과 달리 다소 어른스럽고 경직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양쪽으로 묶어 올린 동자머리,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볼에서 동자의 특징을 어느 정도 찾아 볼 수 있기도 하다.
한편, 도갑사 목조 문수동자상과 보현동자상은 원래 해탈문 안에 봉안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별도의 수장고에 보관 중에 있다. 사자와 코끼리를 타고 있는 두 동자상은 크기도 비슷하고 조각기법도 동일하다. 두 동자상의 머리를 묶은 모양새는 다른 동자상과 크게 다른 점이 없으며, 원만한 이목구비와 천진스런 자태에서 동자의 천진스러운 모습을 쉽게 감지해 낼 수 있다. 이 동자상을 문수와 보현 동자상으로 추측하고 있는 근거는 문수와 보현보살의 탈 것인 사자와 코끼리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마곡사 해탈문에 현재 문수동자상과 보현동자상이 남아 있는데, 각기 사자와 코끼리를 타고 있다. 도갑사의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탈 것 위에 마련된 연화좌에 앉아 있으며, 동자의 몸매가 작고, 연꽃 봉오리 등 지물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 불교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동자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설산(雪山)동자와 같은 불전설화 속의 동자들, 운(雲)동자와 같은 본생담에 나오는 동자, 보살화현의 구도자로서의 무언(無言)동자, 정토세계의 연화화생(蓮花化生) 동자, 문수보살의 협시동자, 태장계 만다라의 무구광(無垢光)동자를 비롯한 여러 동자들, 그리고, 명부시왕의 동자들, 기타 나한이나 산신.독성 등과 함께 등장하는 시위동자들 등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허 균 /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출처;불교신문
*道窓스님***合掌 道窓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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