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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상(羅漢像)]

문수봉(李楨汕) 2009. 2. 4. 17:44

나한상(羅漢像)

사진설명: 서울 진관사 나한전 십육나한도. 시도유형문화재 제146호. 한국적 16나한상의 가능성을 보여준 나한도이다.

대승보살경지 이르지 못한 수행자 상징
인간적 체취 간직 ‘신인동체’
꾸밈없는 표정…개성 넘치는 행동 묘사
인간적 면모와 함께 ‘신통’ 느껴지기도
한국유일 천안 성불사 마애나한상 ‘눈길’

절에서 볼 수 있는 불ㆍ보살이나 신중 등의 존상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적으로 종교적 엄숙성 같은 것이 깊숙이 스며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한(羅漢)은 득도의 최고 경지에 이른 인물로서 불자들의 존경과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다를 바 없지만 그 상(像)이 풍기는 분위기는 불ㆍ보살상과 큰 차이가 있다.

사진설명: 순천 송광사 응진당 십육나한탱/ 보물 제1367호. 가락가벌차.소빈타.발타라존자 상. 모두 두광을 갖추어 신성을 나타내고 있다.

나한상에는 꾸밈없는 표정, 개성 넘치는 행동과 같은 인간적 면모와 함께, 신통을 부리기도 하고 때로는 장난도 서슴지 않는 나한의 이중적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상화된 성격과 인간적 체취를 동시에 지닌 나한의 신인(神人) 동체의 성격은 불자들이 나한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게 된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나한(羅漢)은 아라한(阿羅漢)을 줄인 말이고 아라한은 범어 arhan(아르한)을 음역한 것이다. 아라한을 뜻으로 해석하여 진인(眞人), 살적(殺賊), 응공(應供), 응진(應眞)이라고 하는데, 진인은 참된 도를 깨달은 신격화된 인간을 말하고, 살적은 수행의 적인 모든 번뇌를 항복받아 죽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응공은 모든 번뇌를 끊고 도덕을 갖추었으므로 공양을 받을 만하다는 것이며, 응진은 ‘진리에 상응하는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성격적으로 봐서 나한과 보살은 차이가 있다. 보살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수 있는 능력자이지만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사바세계에 남기를 스스로 다짐한 존재인데 반해, 나한은 득도의 경지에 오른 뛰어난 수행자라는 점만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대승불교에서는 나한을 아직 대승의 보살 경지에 이르지 못한 수행자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불자들은 나한이 신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원을 빌면 그대로 들어 준다고 믿고 있는데, 이와 같은 나한에 대한 신앙은 선종(禪宗)의 성행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보통 나한상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좁게는 16나한.18나한.오백나한상을 말하는 것이지만, 넓게는 조사상(祖師像) 및 모든 스님 형태의 인물상을 함께 일컫기도 한다. 규모가 큰 사찰에서는 대부분 영산전을 마련하고 그 중앙에 석가모니불, 좌우에 10대 제자 또는 16나한, 18나한, 오백나한을 봉안하거나 나한전 또는 응진전을 따로 건립하여 그 속에 나한상을 모시기도 한다. 이렇듯 독립 전각을 마련하고 나한을 봉안하는 것은 나한신앙이 불ㆍ보살 신앙 못지않게 성행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나한도량으로 영천군 거조암, 청도 운문사, 완주 봉서사, 서울 수유동 삼성암 등을 꼽을 수 있다.

사진설명: 천안성불사 마애석가삼존 16나한상 및 불입상/ 시도유형문화재 제169호. 석가삼존과 함께 표현된 마애 나한상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것이다.

16나한에 대하여 언급한 경전 중 대표적인 것은 현장법사가 번역한 〈대아라한난제밀다라소설법주기(大阿羅漢難提密多羅所說法住記)〉이다. 여기에 16나한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각 나한의 명칭뿐만 아니라 그들의 거주처와 권속의 수가 나열되어 있어 나한도 제작의 중요한 준거가 되고 있다.

16나한의 면모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그림으로 순천 송광사 응진당의 16나한도와 여수 흥국사 나한전의 16나한도가 있다. 특히 송광사 나한도는 각 나한마다 이름이 명기되어 있어 16나한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모두 6폭에 16나한이 6폭에 걸쳐 나누어 그려져 있으며, 각 나한은 녹색 두광(頭光)에 의해 신령스러움이 강조되어 있다. 배경은 암산, 괴석, 구름 등이 어우러진 깊은 산속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것은 남방의 자연환경과 다른 것으로서 불교의 동전(東傳) 과정에서 중국의 도교적 취향이 반영된 산수풍경으로 볼 수 있다.

나한도는 본존을 중심으로 왼쪽에 1.3.5.7.9.11.13.15존자가, 왼쪽에 2.4.6.8.10.12.14.16존자가 배치되어 있다. 각 폭에 쓰인 나한의 이름을 살펴보면, 먼저 본존의 왼쪽에 배치된 나한도에 ①빈도라발라타사(賓度羅跋黎墮) ③가락가발리타사(迦諾迦跋釐墮) ⑤낙거라(諾距羅) ⑦가리가(迦理迦) ⑨수박가(戍博迦) ⑪나호라(羅羅) ⑬인게타(因揭陀) ⑮아시다(阿氏多)라는 이름이 보이고, 오른쪽 그림에서는 ②가락가벌차(迦諾迦伐蹉) ④소빈타(蘇頻陀) ⑥발타라(跋陀羅) ⑧벌사라불다라(伐羅弗多羅) ⑩반탁가(半託迦) ⑫나가서나(那迦犀那) ⑭벌나파사(伐那婆斯) ?주다반탁가(注茶半託迦)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나한도에 묘사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 같은 인물을 그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례에 따라서 그 모습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각 나한의 도상이 분명하게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몇몇 나한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통일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 확인되기도 한다. 예컨대 ②가락가벌차는 귀이개를 들고 있거나 귀를 후비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고, ⑦가리가는 오른손으로 여의주를 들고 있고, 그의 앞쪽에 용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그리고 ⑨수박가는 왼손에 염주를 들고 있으며, ⑫나가서나는 호랑이 가죽위에 앉아 도포에 목만 내 놓은 채로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⑭벌나파사는 둥근 방석 위에 앉아 등을 긁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고, ⑮아시다는 새끼호랑이를 쓰다듬거나 안고 있으며, 주다반탁가는 파초선을 들고 시선을 위쪽으로 두고 있는 모습이다. 호랑이를 안고 있거나 여의주로 용을 희롱하는 것과 같은 비현실적인 장면은 나한의 중요한 속성인 신통력의 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나한도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가락가발리타사와 나가서나는 대부분 흰 눈썹과 흰 수염을 가진 노승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한을 그린 그림으로 송광사, 흥국사의 나한도 외에도 이상좌 불화첩(보물 제593, 호암미술관 소장), 서울 진관사 나한전 십육나한도(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46호), 부산 마하사 응진전16나한도(부산문화재자료 제17호) 등 많은 작품들이 사찰 혹은 박물관 등에 전해지고 있다. 이상좌 불화첩의 나한도는 밑그림에 불과한 것이지만 걸림 없는 필치와 정확한 묘사법을 구사한 작품으로 예술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한편, 진관사 나한도는 소조16나한상과 함께 나한전에 봉안되어 있는데, 배경에 소나무 숲 사이로 학이 날고, 앞에 동자가 거북이와 함께 놀고 있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중국식 나한도가 한국식 나한도로 변화된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하사 나한도도 진관사와 마찬가지로 석조나한상과 함께 응진전에 봉안되어 있는데, 산수를 배경으로 나한상이 다양한 모습으로 배치되어 있다. 머리 부분은 노승(老僧)의 경우 흰 선으로 머리털을 표현하고, 젊은 나한의 경우 녹청을 발라 묘사하는 나한도의 일반적 특징이 나타나 있다.

사진설명: 청자철채퇴화점문 나한좌상. 국보 제173호, 개인소장. 고려시대 나한상 제작의 높은 수준을 보여 주고 있다.

나한상은 그림뿐만 아니라 조각상으로도 많이 제작되었는데, 현존하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그림보다 조각상이 훨씬 더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부안 개암사 응진전 16나한상(전북유형문화재 제179호), 제천 고산사 석조나한상(충북유형문화재 제195호) 등 많은 나한상들이 그런 예에 속한다. 개암사 응진전의 나한상은 단아한 형태와 부드러운 양감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며, 고산사 석조나한상(충북유형문화재 제195호)은 조선시대 나한상이 주로 석고나 흙으로 만들어졌던 것과 달리 돌로 만들어졌으며, 석가모니부처님을 중심으로 좌우에 배치되는 일반적인 관례를 벗어나 관세음보살을 주존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나한상으로 알려져 있다.

나한상을 바위 벽면에 새겨 놓은 희귀한 경우도 있는데, 천안 성불사의 마애나한상(충남시도유형문화재 제169호)이 그것이다. 대웅전 뒤편에 있는 바위 벽면에 석가 삼존과 함께 선각(線刻)되어 있다. 현재 마멸이 심하여 형체가 뚜렷하지 않으나 합장을 하고 마주보고 있는 모습, 참선하고 있는 모습 등 나한이 취하는 일련의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형체는 분명하지 않으나 우리나라의 유일한 마애나한상이라는 점에서 보존가치가 높다.

나한상은 이밖에 청자철채퇴화점문나한좌상(靑磁鐵彩堆花點文羅漢坐像)과 같은 도용(陶俑)의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선화(禪畵)로도 그려지기도 하면서 항상 불자들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

허 균 /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출처;불교신문

*道窓스님***合掌 道窓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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