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마인물토우인형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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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8일 국보 하회탈 가운데 기록으로만 전해져 오는 탈이 일본에서 발견됐다. 이것이 진짜 하회탈 중 하나인지 여부는 논란거리지만 임진왜란 때 왜군이 전리품으로 가져간 문화재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0월 22일에는 신미양요 당시 강화도에 상륙한 미군이 노획한 조선의 장군기가 임대 형식으로 돌아와 공개되기도 했다. 이처럼 간헐적으로 해외 소재 우리 문화재가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장기적인 계획하에 해외 문화재 조사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 문화재 전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국외의 주요 박물관은 현재까지 52곳으로 확인됐다. 이곳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3만여점이다. 이 중에서 1만362점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해당 박물관과 협의를 통해 정식으로 현지 조사를 했다. 이 외에 언론 보도와 기관 자료 등을 통해 알려진 수량까지 포함시키면 국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2007년 9월 기준으로 180여개 소장처에 7만6143점으로 추정된다. 중앙박물관의 소장 문화재가 15만여점인 것에 비추어 보면 해외 소재 문화재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박대남 연구관은 “공개되지 않은 개인 소장 문화재를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문화재가 해외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사한 해외 문화재에는 국내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것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 문화재에는 국보 및 보물급이 상당수 있지만 문화재보호법에는 국내에 있는 문화재만 국보 및 보물로 지정하기 때문에 각각의 문화재를 평가하는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목록만 작성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20개국으로 확인됐고 그 중 일본에 45%인 3만4369점이 있다. 다음으로는 미국 1만8635점(24%),영국 6610점(9%),독일 5221점(7%), 프랑스 2121점(3%)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 문화재 현지 조사가 시작된 것은 1992년부터이며 총 33차에 걸쳐 박물관 40곳을 조사했다. 박물관 가운데는 규모가 크고 한국관이 따로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조사해 도록을 발간하고 있다.
일본의 한국 문화재는 도쿄국립박물관에 914점, 영락미술관에 260여점 등이 현지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한국 문화재를 가장 많이 소장한 도쿄국립박물관에는 이 밖에도 조사하지 못한 문화재가 상당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문화재를 수집해간 사업가 오쿠라 다케노스케의 이름을 딴 도쿄국립박물관의 ‘오쿠라 컬렉션’에는 일본이 국가문화재로 지정한 39점을 비롯해 한국의 수준 높은 도자기·회화·불상 등이 있다. 은평탈육각합(銀平脫六角盒) 등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문화재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영락미술관은 나라현에 소재하는 개인미술관으로 설립자인 나카무라 준사쿠(1870~1953년)가 장기간에 걸쳐 수집한 한국·중국·일본 미술품 20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소장 한국 문화재는 원삼국시대 이래의 한국 도자기 260점으로 특히 고려청자가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하고 있다.
- ▲ 청자투각칠보문뚜껑향로 (미국 보스턴박물관 소장) / 금제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 금동동자유희문경갑 (미국 보스턴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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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국립박물관 가장 많이 소장
일부는 일본 국가문화재로 지정
미국의 한국 문화재는 보스턴박물관에 786점, 호놀룰루미술관에 881점, 브루클린박물관에서 665점, 하버드대학 새클러박물관에 628점 등이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보스턴박물관에는 19세기 말 일본에 머물며 문화재 수집을 한 미국인 에드워드 모스가 모은 도자기를 비롯해 청자양각운룡문매병, 은제주전자, 나전국당초문경함 등 색조와 문양이 뛰어난 국보급 공예품이 많다.
브루클린박물관은 일찍부터 한국 문화재에 대해 관심을 보인 초대 큐레이터 스튜어트 큘린(1858~1929년)이 1913~1914년 한국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유물을 바탕으로 1916년부터 한국유물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한국 유물에 대한 수집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1974년부터 한국실을 갖추었다. 이 박물관에는 국보급 아미타삼존도와 조선 황실에서 언더우드 가문에 하사한 것으로 알려진 청자음각연판문주자 등 총 665점의 유물이 소장돼 있다.
프랑스의 경우 기메동양박물관에 914점, 세브르도자박물관에 161점이 조사됐다. 기메동양박물관은 프랑스 정부가 여러 곳에 분산전시돼 있는 아시아 문화재를 모아 종합전시할 목적으로 만든 박물관이다. 기메동양박물관에는 19세기 후반 한국에 온 프랑스 외교관 콜렝 드 플랑시와 인류학자 샤를르 바라 등에 의해 수집된 문화재가 주류를 이룬다. 삼국시대는 토기, 고려시대는 청자와 금속공예품이 많으며 조선시대는 회화·도자기·민속유물 등 613점의 문화재가 있다. 세브르도자박물관은 프랑스 파리 오드센주 세브르에 있는 세계 최대의 도자기박물관으로, 청자·분청사기·백자 등 한국 도자기 161점을 소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한국 문화재는 피터대제박물관에서 633점, 동양예술박물관에서 470점이 조사됐다. 피터대제박물관의 한국 문화재는 1800년대 후반 러시아 공사로 한국에 온 웨베르의 수집품과 1900년대에 활동한 큐네르 교수의 수집품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일부는 1950년대 이후 북한에서 기증한 문화재도 있다. 고종과 명성황후 가까이에 있던 웨베르가 하사 받거나 수집한 촛대 등 궁중생활 공예품이 많다.
이 밖에 영국에서는 대영박물관의 523점이, 독일에서는 쾰른동아시아박물관의 232점이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