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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국에 7만6000점 뿔뿔이 문화재 환수 정부는 뒷짐(2)]

문수봉(李楨汕) 2008. 10. 11. 14:26

20개국에 7만6000점 뿔뿔이 문화재 환수 정부는 뒷짐

 

국립문화재연구소, 해외박물관 등 15년 조사… 미국·일본에만 70%

민간 기증 등으로 4800점 환수… 정부 협상 통한 것은 34%뿐

문화재 소장한 강대국들
반환협약에 가입 안해


유네스코가 주축이 돼 마련한 불법문화재 반환협약이 있으나 문화재를 보유한 국가가 대부분 강대국이고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문화재 반환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환수된 문화재는 4878점으로 일본으로부터 3920점, 미국으로부터 687점, 뉴질랜드로부터 186점을 돌려 받았다. 프랑스로부터는 1993년 한·불정상회담의 결과로 외규장각 고서 1권을 돌려받은 것을 포함해 총 4점의 유물을 돌려받았다. 영국으로부터는 한 점도 돌려받지 못했다. 돌려받은 문화재의 환수방법을 보면 정부 간 협정에 의한 환수는 1660점(34%), 기증에 의한 환수는 2885점(59%), 그 외 국공립박물관이나 민간에 의한 구입이 333점(7%)으로 정부의 적극적 노력보다는 외국의 기증이나 민간 차원의 구입에 의한 문화재 환수가 더 많은 편이다.


지난해 독일에서 반환된 겸재 정선의 그림 21점은 경북 칠곡군 왜관읍 베네딕도회 수도원 선지훈 신부의 노력으로 반환이 성사됐다. 선 신부는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던 독일 오틸리엔수도원에서 7년간 수행하면서 독일 신부들을 설득했다. 겸재 화첩은 1924년 조선을 방문한 노르베르트 베버 당시 독일 오틸리엔수도원장이 내금강산에 있는 장안사호텔에서 그림상으로부터 구입해간 것으로 추정된다. 겸재 화첩의 반환은 민간 차원의 영구임대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영구반환이다.


지난해 일본 도쿄대가 서울대에 기증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역시 당시 우리문화되찾기 운동을 벌인 문화연대와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 등 민간의 노력으로 환수됐다. 실록수호 사찰인 월정사에 보관되어 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史庫本)은 과거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 등에 의해 약탈당했다.


정부 간 협상을 통해 문화재가 환수된 것은 1958년 한·일 정부 간 협상에 의해 창녕교동고분군 출토품 등 106점이 반환된 것이 처음이다. 이후 1966년 일본으로부터 도자기, 석조미술품 등 1326점을 환수한 뒤 한동안 뜸하다가 1991년에 들어 영친왕비 관련 유물 227점을 환수했다. 가장 최근엔 2005년에 야스쿠니신사에 있던 북관대첩비를 환수했다. 그나마 비문에 이름이 있는 의병의 후손들이 일본 정부에 청원서를 내는 등 반환운동을 벌인 것이 큰 영향을 주었다.


의병 후손들 일본에 청원서
북관대첩비 환수하기도


한동안 한국과 프랑스 정부 간 반환 얘기가 오가던 외규장각 도서는 현재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협상은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이 ‘상호교류와 대여’ 원칙에 합의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프랑스는 한국의 고속전철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태였고 실제로 외규장각에 있던 고서 한 권을 반환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프랑스 내에서 비판적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 반환이 중단됐다. 이후 2001년 민간협상단이 꾸려져 외규장각 문서를 임대 형식으로 돌려받는 대신 국내 고문서를 프랑스에 주기로 한 ‘등가교환방식’이 논의됐으나 이 또한 국내 반발로 무산됐다. 현재는 민간단체인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가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위해 프랑스 정부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프랑스 현행법상 문화재는 국외 반출이 금지돼 있다”며 “불법적으로 우리 문화재를 국유재산으로 전환한 것 자체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황 소장은 “아직 1심조차 진행되지 않았고 진행된다 할지라도 2~3년이 걸리는 힘든 싸움이지만, 현재 문화재 반환과 관련한 광고가 프랑스 주요 일간지 르 몽드에 실리고 난 뒤 프랑스 내에서도 외규장각 도서와 관련한 한국인의 노력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프랑스의 공영방송인 프랑스 3-TV가 뉴스 시간에 외규장각 도서 반환의 당위성을 알리는 내용의 보도를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황 소장은 민간 위주의 많은 노력에 비해 정부의 협상력과 지원 미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환의 차선책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한국 문화재에 대한 보존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1억원을 들여 시애틀미술관 등의 한국 문화재 14점을 들여와 보존처리했다. 지난해엔 호놀룰루미술관에서 ‘해학반도도’ 12폭 병풍을 들여와 보존처리하고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