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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국에 7만6000점 뿔뿔이 문화재 환수 정부는 뒷짐(3)]

문수봉(李楨汕) 2008. 10. 11. 14:28

20개국에 7만6000점 뿔뿔이 문화재 환수 정부는 뒷짐

 

국립문화재연구소, 해외박물관 등 15년 조사… 미국·일본에만 70%

민간 기증 등으로 4800점 환수… 정부 협상 통한 것은 34%뿐
▲ 미국 호놀룰루미술관 소장품인 ‘해학반도도’. 국내에 들여와 보존처리를 하고 다시 돌려보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각국의 문화재 환수 사례

터키, 브로치 하나 위해 미국 박물관과 소송
페루, 환수 조건으로 예일대와 공동연구센터 건립

최근 국가 간 문화재 환수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17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예일대학은 1911년 미국 고고학자 하이럼 빙험에 의해 미국으로 반출된 잉카문명의 유적지 마추픽추 유물 4000여점을 페루에 반환하기로 했다. 예일대와 페루 정부는 마추픽추 인근에 도자기와 장신구, 유골 등 마추픽추 유물 4000여점을 전시하고 연구할 박물관과 연구센터를 짓기로 합의했으며 반환에 앞서 공동으로 세계 순회전시를 열기로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폴게티미술관도 약탈 문화재로 판명된 고미술품 40점을 이탈리아에 돌려주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8월 1일자로 보도했다. 이는 해외 유명 박물관에 도굴과 밀거래 등을 통해 유출된 문화재들을 되찾으려는 이탈리아의 다각적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이번에 반환키로 한 작품엔 폴게티미술관의 소장품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아프로디테 조각상도 포함돼 있다. 이탈리아 당국은 20여년간 폴게티미술관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일한 매리언 트루를 장물거래 혐의로 기소하는 등 전방위 공세를 펼쳤다. 이번 반환 결정이 트루의 재판에서 선처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터키는 1992년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을 상대로 터키 정부 이름으로 미 법원에 기원전 6세기 크레수스왕의 브로치 반환 소송을 제기해 결국 반환 받는 데 성공했다. 1966년 이 유물이 도난 및 불법수출을 통해 뉴욕박물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터키가 강대국인 미국의 가장 큰 박물관을 상대로, 그것도 국가 이름으로 법정 소송을 벌였다는 자체도 의미 있는 것이지만 미국 법원에서 승소해 회수에 성공한 것 또한 이례적이다.


한국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프랑스 역시 2차 대전 당시 빼앗긴 모네의 그림을 1994년 독일로부터 돌려받은 것을 계기로 나머지 27점의 작품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반면 지방정부의 외국 문화재 반환 시도를 중앙정부가 가로막고 나서기도 했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루앙시는 최근 시립 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마오리족 전사 ‘토이 모코’ 머리 미라를 뉴질랜드에 반환키로 결정했다.

 

뉴질랜드 ‘테 파파 통가레와’ 국립박물관 측이 1992년 이후 전 세계에 마오리 전사의 머리 미라 반환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루앙시는 지난 10월 23일 주프랑스 뉴질랜드대사에게 미라를 반환하는 ‘상징적’ 행사까지 벌였다. 그러나 프랑스 문화부는 반환금지 소송을 제기했고 행정법원은 지난 10월 24일 ‘반환 보류’ 결정을 내렸다.



/ 박준동 기자 jdpark@chosun.com
한승욱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