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날
글/東川 이춘우
산 그림자 질 무렵
밤밭골 뒷산에 올라
솔가지로 만든 달집에 불 붙여
한 해 소원 빌던 그 시절
산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
벌집깡통에 불씨 넣어 돌리다
튕겨나간 불꽃은
밤하늘의 별이더니 은하수 되고
그날따라 콧구멍 까만 동심
오르고 뛰었지
구름만 뜨겁게 달구던 보름달
멀건이 모습 드러내면
가로등 하나 없는 첩첩 산골
어른들은 술보다 이쁜 달빛에 취해
안마당 가득히 원을 그리며
풍악 울려 악귀 쫓던 고향
지금은 가로등 불빛 드문드문 섰고
낯선이 늘어나
만월(滿月)만 홀로
내 맘 되어
중천을 지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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