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쟁점☆/♡남북문제점♡

생각보다 고운 평양스타일

문수봉(李楨汕) 2011. 3. 27. 11:19

Pyongyang Style from Steve Gong on Vimeo.


 보통 우리가 영상미디어에서 접하는 북한의 모습은 한정되어있다. 그 중에서 대부분은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데, 자료화면은 대개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송출한 것들이다. 주로 당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장면이나 김정일의 국정수행을 찬양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는 이 영상들은 사실 '뉴스'보다는 '선전'에 가깝다. 따라서 조선중앙TV같은 북한매체를 통해서는 실제 북한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한편 양적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북매체들이 입수하는 영상들도 종종 인터넷를 통해 접할 수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이 영상들은 그나마 가장 근접하게 북한 주민들의 실제 삶을 가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그마저도 '기근에 허덕이는 꽃제비' 라든지 '탈북자들의 인권실태'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이슈화시킬 수 있는 자료로써 촬영된 영상이기 때문에, 그 외의 일상적인 북한 주민의 삶을 전반적으로 보여주지는 못한다. 결국 우리가 평소에 영상으로 보는 북한은 폐쇄적이고 가난하고 독재자가 인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뿐이다. 따라서 앞서 말한 부류의 영상들에 익숙한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인식한 부정적인 코드들이 어쩌면 아주 평범할지도 모르는 북한의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느낄수 밖에 없다. 결국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들만이 고착되면서 우리에게 북한은 점점 더 배타적이고 낯선 존재로 다가온다. 다시말해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북한 영상들을 접하면서 '그들'을 '우리'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타자로 규정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서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는 다르게 인간으로서의 삶을 전혀 향유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지을수도 있다.

 이런 지점에서 보면 링크해놓은 사진작가 스티브 공의 <평양스타일>은 배타적이고 낯설었던 북한을 다시 '우리'의 영역으로 끌어오게끔 하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스티브 공이 평양을 여행하면서 바라본 풍경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담아 편집한 10분짜리 짧은영상이다. 가장 오랜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장면은 평양의 한 미용실에서 스티븐공이 '평양스타일'로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미용실이라는 공간에서 포착되는 이미지는 기존에 우리가 봐왔던 북한 영상들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여느 때처럼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고, 어딘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 헤어디자이너의 모습은 경직성, 폐쇄성, 폭력, 불안과 같은 이미지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영상을 보고있으면 '이 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영상 중간중간에 나오는 평양의 풍경에서 기존의 '낯선' 느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편안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결국 이 영상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한다. 조선중앙TV 여성아나운서의 매서운 목소리에 익숙했던 우리는 평양 말씨가 참 예쁘다는 것을 깨닫고, 빨간 얼굴에 뿔이 달린 줄 알았던 북한 사람들의 얼굴도 결국 우리와 같은 고운 얼굴이라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