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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문수봉(李楨汕) 2008. 9. 26. 13:24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한잔을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 입지않고 김치냄새가 좀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좋겠다.

 

 

 

 

 

 

 

 

 

오는 오후나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불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 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돕는
진실한 친구가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여도 좋고 남성이여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될수록 많은 것을 구경하였다.
그럼에도 지금을 그 많은 구경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은 것은 거의 없다.

 
만약 내가 한 두곳,
한두가지만 제대로감상했더라면
두고두고 되새겨질 자신이 돼 있을껄...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진 않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라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
를 가졌으면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