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들의 항복 |
부처님 일생 - 마라들의 항복을 받음
풀자리에 앉은 보살은 무상정등정각을 이루어 삼계의 중생들을 모두 제도해야만 한다라는 각오로 거듭 마음을 집중하였다. 그리고 욕계에서 선업을 두텁게 쌓아 왕이 된 마라 파순을 항복시켜 그와 그 권속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낼 수 있게 하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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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은 곧 눈썹사이의 백호상 광명을 내놓았다. 그 광명의 이름은 악마를 항복받음[降伏魔怨]이었다.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치면서 곁들여 악마궁전을 비추었다. 마침 그 때 자신의 궁전이 허물어지고 흩어져서는 가시나무가 자라고, 연못의 물이 바짝 말라서 연꽃들이 죽는가 하면, 큰 북이며 공후등의 악기가 부서지고 끊어져서 땅바닥에 동댕이쳐져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절로 마라 자신의 몸이 평상위에서 땅으로 떨어지면서 머리의 얼굴에 상처가 나는 것을 보았으며, 머리와 화관과 머리싸개, 구슬, 영락들이 불에 저절로 타버리거나, 온전하던 가마솥이 모두 허물어지는 것도 보였고, 시방의 일체 중생들이 보살에게 귀명하여 그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등의 상서롭지 못한 흉몽을 꾸고 일어나 마음이 우울하던 차였다.
연이어 궁전안에 희상(喜相)과 의상(疑相)이라는 이름을 가진 깃발이 있는데 이 두깃발중에서 의상이라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것이었다. 이 깃발은 불길한 조짐의 표시라서 마라는 매우 두려운 마음이 되어 곧 형상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정반왕의 아들 싯달타태자가 보리수 아래에 앉아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라는 불기한 징조에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무서워하며 몸을 덜덜 떨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마라는 <곧 보살이 정각을 이루게 되면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을 구제해서 반드시 나의 세계를 텅텅 비게 할 터이므로 당연히 금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대신들과 모든 병사들을 불러 모아 막을 묘책을 강구하여야 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는 그의 천명의 아들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런데 아들중 도사가 마라 아버지에게 <우리가 대중들을 모아서 비록 명령을 편다 하더라도 힘을 쓰지 못할 것입니다. 저절로 쇠약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고요함이 단련되어서 요술을 부림이 아니라고 보며, 나라고 해서도 아니요 행이 상서로움을 이룬 바르고 참된 길잡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마라는 아들 도사의 말을 듣지 않고 곧 천명이나 되는 아들을 불렀는데, 그 중의 도사등 오백명의 아들들은 도덕을 믿고 즐기며[淸白部] 보살에게 귀의하였으며, 나머지 오백명의 아들들은 컴컴한 무리[黑冥部]들로써 마라의 분부를 따랐다. 이에 마라는 모든 아들들에게 한마음으로 같이 꾀를 내어 어떠한 힘으로 하면 보살을 이기겠냐고 물었다. 각기 편이 나뉜 두 부류의 아들들은 서로서로 강력하게 <보살을 이길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것이다.> 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정의를 좋아하는 아들들은 <허공을 온통 형상 있게 할 수 있고 그 중생 세계를 하나로 같이 하며 산들바람을 오히려 붙잡을 수 있어도 보살을 나무 아래에서 옮길 수는 없다>, <삼천에 가득 담긴 물건이 모두가 독이 되어도 상할 수가 없으며 탐냄, 성냄, 어리석은 독의 큰 두려움으로 성인께 끼치려해도 끝내 할수 없으리다>등의 의견을 내놓자, 어둠을 좋아하는 아들들이 <우리 아버지 경계에선 갖춰짐이 저절로며 뭇 사람의 하고픈 것 모두 있나니 모두 깨뜨리고 그 목숨을 해치면 곧 나무 아래가 위태해서 버리고 떠나리다>, <백천의 옥녀들을 스스로 장엄하여 수없는 풍악의 소리를 울리면 사랑과 기쁨을 자주 느끼며 좋은 욕심 즐기다가 여기에서 편안 얻고 사모하게 되리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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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아무리 교묘한 태도와 달콤한 말로 그 마음을 움직여 보려 하여도 보살의 마음은 명월주와 같이 흠이 없고 해가 처음 돋아서 천하를 비춤과 같고, 수미산을 이동시킬 수 없듯이 그 깊숙한 감관은 너무도 고요하여 움직임이 없었다.
확고 부동한 보살에게 또 이제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말씨로 <여보세요, 도덕이 높고 중하여 하늘과 사람이 공경하는 바라 시중이 있어야 하겠기에, 하늘이 우리를 보내와서 당신에게 공양하게 하였나이다. 우리들은 나이젊고 빛깔이 우담발화꽃과 같사오니, 원컨대 새벽이나 밤에 일어나 잠잘적에 좌우에서 친히 가까이할 수 있게 하소서> 하였다.
정진의 갑옷을 입은 보살은 그들에게 <너희들은 전생에 복이 있어서 하늘의 몸을 받았으나, 덧없음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요사스러운 아양을 떠는구나. 형체는 비록 다 하더라도 마음이 단정하지 못함이 마치 그림병 속에 담긴 더러운 독과 같도다. 장차 저절로 무너질 터인데 무엇이 자랑거리가 되겠느냐. 복은 오래 있기 어려운 것이니라. 음탕한 악과 선하지 못함은 스스로 그 근본을 망치는 것으로서 죽으면 응당 세가지 나쁜 갈래에 떨어지고 날짐승, 길짐승의 형상을 받아서 벗어나려 하여도 벗어나기 어려우니라. 너희들은 일부러 와서 남의 선한 뜻을 어지럽히니 깨끗한 종자들이 아니로다. 가죽주머니에 냄새나는 것을 담아와서 무엇을 하려느냐. 떠나가라 나는 쓸데없느니라. 지금 너희들은 천상에서 편안히 있지 않고 무엇 때문에 멋대로 왔느냐>라고 하면서 그 마라의 딸들을 할머니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서 그들을 가엾이 여겨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고 교화하였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이젠 마라가 직접 보살이 있는 보리나무로 가서 <그대는 빨리 이곳을 떠나 전륜성왕이 되어 사천하의 주인이 되라, 그리고 빨리 궁전으로 돌아가 오욕락을 받으라. 보리는 얻기가 어렵거늘 공연히 수고로움만 더할 뿐이다>
보살이 <파순아, 그와 같은 말을 하지 말라. 나는 오욕의 일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위자리와 칠보를 버렸느니라.
마치 어떤 사람이 밥을 뱉은 뒤와 같다. 어찌 다시 가져다 먹겠느냐. 나는 이제 이미 이러한 과보를 버렸으니 반드시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리니 너는 빨리 돌아가라>고 하자 파순은 다시 <나는 칼로써 너를 베어버릴 테니 빨리 일어나 떠나가라. 다시는 앉지 마라>고 하였다. 그러자 보살이 <가령 세간의 일체 중생들이 다 너의 몸과 같이 칼과 몽둥이를 가지고 와서 나를 해친다 하더라도 나는 끝끝내 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지는 않으리라. 파순아 차라리 사해의 바닷물과 이 대지를 다른 곳에 옮기고 해와 달과 별을 공중에서 떨어뜨리고 수미산을 기울이어 넘어뜨리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나의 이 몸만은 끝내 옮길 수 없느니라.>
이말을 들은 마라는 더욱 화가 나서 성을 내는 소리가 마치 우뢰와 같았다. 그리고는 병사들과 괴이한 형상들을 한 야차들을 불러 모아 그를 공격할 것을 명령하였다. 셀수 없이 많이 모인 병사들과 야차들은 곧 보리수나무 주변을 에워싸고는 사나운 바람으로 몰아치니 산악이 진동하고 강과 바다가 뒤집혀 엎어지며 하늘과 땅은 빛깔이 가려지고 별은 빛을 잃었다.
이 때 정거천자가 <보살은 지금 큰 보리를 증득하시느니라.>
또 어떤 하늘은 <마라들이 몹시 성한지라 이로 말미암아 혹시 보살이 다치기라도 하리라>고 하자, 그 때 보살이 <나는 이제 오래지 않아서 마라군대를 깨뜨려 모두 흩어져 가게 함을 마치 세찬 바람이 작고 가는 꽃을 불리듯 하리라> 하고 이에 단정히 앉아 생각을 바로하고는 마라군대를 마치 어린아이들이 장난하는 것처럼 여겼다.
보살은 계속되는 마라들의 저항에 대해 그들이 돌을 들어 올리는 자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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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라는 항복하지 않았고, 보살에게 가까이 가서 해치려고 하였으나 보살의 위신력으로 말미암아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 때 지켜 보던 보리나무신은 열여섯가지 말로써 마라를 헐뜯었고, 정거천자들은 한량없는 미묘한 음성으로써 보살을 찬탄하였다.
보살은 마왕에게 말하기를 <파순아, 너는 자세히 들어라. 나는 이제 너와 원수를 끊고 너의 나쁜업을 없애고 너의 질투를 덜어 버리어 정등각을 성취하리니 너는 마음을 돌이켜 큰 기쁨을 내어야 하리라. 너는 조그마한 선근 때문에 지금 하늘의 과보를 얻었지만 나는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오면서 거룩한 행을 닦아 익혔기에 이제 정등각을 얻어야 한다.>
때에 마라가 보살에게 말하기를 <내가 옛날 선을 닦았다 함은 너도 알 수 있는 것이로되 너의 쌓았다는 덕은 누가 너를 믿겠느냐>
그 때에 보살은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대지를 가리키자 지신(地神)이 그 몸을 장엄하게 하고서 보살의 앞 땅으로부터 솟아 나와 몸을 굽혀 <제가 증명하겠습니다>하였다. 그리고는 마라에게 <보살은 옛날에 머리와 눈과 골수며 뇌를 남들에게 보시하였는지라 흘린 피가 대지를 적셨으며, 나라와 성이며 아내, 아들, 코끼리, 말, 값진 보배 등을 보시하여 헤아릴 수 없었던 것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므로 마라 당신은 이제 보살을 괴롭히지 마셔야 할 것입니다.>고 그 과보를 말하였다.
그러자 삼천대천세계는 진동하여 큰 소리를 내었고, 마라와 권속들은 온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서며, 마음에 두려워하는 것이 생겨 혼비백산하여 흩어져 달아나 저희들 궁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 때 대범천왕과 석제환인과 수없는 천자들은 허공에 가득 차서 모두가 보살이 마라군대를 깨뜨리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여 갖가지 향기로운 꽃들을 보살의 위에 뿌리며 칭찬하였다.
보살은 이로써 욕계의 지배자인 마왕이 가지고 있는 욕망의 내용을 굴복시킴으로 해서 결국 자신의 내면세계의 부정한 것을 완전히 극복하게 되었던 것이다. 보살은 이제 진실로 모든 번뇌의 속박을 벗어나 선정에 들 수 있게 되었다. 마왕을 항복시킴으로써 부처의 지위는 눈 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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