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란 무엇인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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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행위를 독립적인 지성과 의지의 작용으로 설명했지만 사실 그것 |
은 한 인격체의 행위이다. 신앙은 일종의 인식이지만 공허한 주관적 사 |
색이 아니다. 한 인격체인 하느님의 부르심에 한 인격체인 인간이 응답하 |
는 행위가 신앙이다. 신앙은 두 인격의 만남이기에 제시된 이론이 참이라고 |
인정하는 메마른 두뇌활동이 아니라, 자기의 전 인격을 온전히 바치는 결단 |
이요 사랑을 동반한 자기봉헌이다. 이처럼 신앙의 결단은 내 삶의 중심에 |
하느님을 모심으로써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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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신앙을 통해서 온전히 자신의 지성과 의지를 하느님께 순종시킨 |
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 전체로, 계시하시는 하느님께 동의를 드리는 것이다. |
성서는 계시하시는 하느님께 대한 이러한 인간의 응답을 '신앙의 복종'이라 |
고 부른다. 신앙의 복종이란 자신이 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자유로이 복종 |
하는 것이며, 이것은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그 말씀이 진리임을 보증 |
하시기 때문이다." (카톨릭교회 교리서, 제 1편, 제 143항. 144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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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심은 종교심과는 다르다. 종교심은 모든 인간의 본능이다. 모든 인 |
간은 행복을 갈망하기 때문에 자기보다 더 상위의 존재에게 의지하려는 마 |
음이 있다. 이런 마음이 종교심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신앙심은 전혀 다른 |
차원이다. 참된 신앙심은 종교심을 가진 인간을 절대자이신 하느님께서 부 |
르시는 데서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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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심의 내용은 하느님의 부르심과 인간의 응답으로 볼 수 있다. 우리 |
는 하느님의 외적인 부르심을 계시, 내적인 부르심을 은총이라고 한다. 하 |
느님께서는 구원진리를 계시해 주시는데, 하느님의 공적인 계시를 전달해 주 |
는 공적인 기관이 바로 교회이다. 구약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담당했던 이 |
역할을 신약에서는 주님께서 직접 세우신 교회가 담당한다. 은총은 인간을 |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업적이다. 따지고 보면 신앙은 인간의 힘으로 |
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이요 선물이다. 즉 하느님께서 주도권 |
을 가지고 계시고 인간이 자유로이 응답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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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부르심에 인간이 응답하는 과정이 신앙이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
응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먼저 겸손과 신뢰가 필요하다. 교만한 사람은 신앙 |
심을 가질 수 없다. 인간이 피조물로서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게 되면 하느 |
님께 대한 신뢰심이 생기고 그분의 자녀된 심정으로 그분께 의지하게 될 것 |
이다. 그리고 신앙은 무엇보다도 자아의 결단이다. 안심입명(安心立命), 자 |
포자기 혹은 불행에서의 도피가 아니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하느님의 |
뜻을 따르겠다는 결단의 행위가 신앙이다. 그리고 신앙은 회개를 동반한다. |
지금까지의 생활과 인생목표를 버리고 방향전환을 해서 하느님께 돌아서야 |
한다. 그리고 초자연적인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하느님을 믿어야 한다. 다 |
시 말해서 하느님 때문에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위하여 하느님을 믿고, |
하느님을 위하여 하느님을 믿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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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우리는 여기서 계시와 신앙의 밀접한 관계를 생각해보자. 만 |
일 하느님의 계시가 없다면 우리의 신앙도 없다. 하느님께서 먼저 당신 자 |
신을 열어 보이시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하느님을 알 수 없고 하느님을 믿 |
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하느님께서 먼저 스스로 당신 자신 |
을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셨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가지 |
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순서를 보면 하느님의 계시가 먼저 있고 그 다음 |
에 인간 측의 응답인 신앙이 뒤따라 온다. 마치 부모 사랑이 먼저고 자식 |
의 효(孝)가 뒤따라 오는 것과 같다. 이처럼 신앙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하 |
느님께서 우리에게 신앙의 선물을 주시지 않으면 아무도 하느님을 받아들이 |
거나 믿을 수 없다. " 신앙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하느님께서 불어 넣어 주 |
시는 초자연적인 덕이다." (카톨릭교회 교리서, 제 1편, 제 153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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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다는 것이 성령의 은총과 내적인 도우심에 의해서만 가능하지만 신 |
앙은 참으로 인간의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신앙을 가지기 위해서는 |
우리의 자유로운 응답도 필요하다. 마음이 완고해서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 |
는 사람에게 하느님께서는 억지로 당신께 대한 믿음을 요구하시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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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구원받기 위하여 신앙은 꼭 필요한가? 우리가 자유로운 응답으로 |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은총을 받기 어렵다. 신앙 |
이 없이는 아무도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없고 "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
없다." (히브 11,6). 신앙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유일한 것이다. |
신앙은 우리가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다. 신앙은 우리가 하 |
느님의 신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다. 그러므로 신앙은 구원을 위해 |
서 필수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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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중섭 신부. '신자 재교육을 위한 5분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