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교리의 핵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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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세례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부정한 사람은 4세기말 아일랜드 출신 수 |
도자 뺄라지오(Pelagius)이다. 뺄라지오는 하느님의 은총 없이도 인간은 죄 |
를 극복할 수 있고 자기 노력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
유아들은 아무 죄가 없기 때문에 세례를 꼭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
은총의 절대 필요성을 비롯하여 죄 사함을 얻기 위한 세례성사까지 부정하 |
는 뺄라지오는 418년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단죄되었다. 공의회의 교부들은 |
세례의 필요성은 곧 그리스도의 절대 필요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뺄라지오의 |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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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16세기에 또 다시 유아세례 문제가 대두되었다. 특별히 1524년 |
스위스 제네바에서 쯔빙글리를 열렬히 추종하던 사람들이 유아세례가 무의 |
미하다고 주장하면서 재세례 운동을 전개했다. '오직 신앙으로만' 의화(義化) |
된다는 종교개혁가들의 의화론으로 본다면 유아세례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
것이다. 유아들은 스스로 신앙을 가질만한 분별력이 없기 때문에 유아에게 |
세례를 주는 행위는 무익하고 기만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오직 자발적으로 |
신앙을 수락한 사람들만이 구원을 받는다고 생각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독 |
일 뮌스터에서도 재세례파가 등장했는데 그 주동자는 토마스 뮌처였다. |
1534년 1월 한 주간에 1,400명의 어른들이 재세례를 받았고 그 해 2월에 재 |
세례파들은 뮌스터 시 전체를 장악했다. 재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시에 |
서 추방되었고 공포정치가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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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카톨릭 교회는 왜 유아세례의 전통을 고집하는가? 극성스런 재세례 |
파 사람들을 인정하고 유아세례를 포기하면 될텐데 왜 끝까지 고집을 세우 |
고 양보하지 않는가? 그것은 그리스도의 구원은총의 보편성에 연관돼 있기 |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교리는 모든 사람이 그 |
리스도의 은총으로 구원받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만일 유아세례 |
를 부정하게 되면 모든 사람이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교리도 필요 없게 |
되고, 원죄교리를 부정하게 되면 그리스도의 보편적 구원은총도 역시 필요 |
없게 된다. 그래서 원죄교리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까 원죄교리, 유아세 |
례 전통, 그리스도의 보편적 구원은총, 이 세 가지는 서로 끊을래야 끊을 |
수 없는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원죄교리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서 |
원죄교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이룩하신 구원을 한층 드러내 |
고 있다. " 원죄교리는, 예수께서 모든 사람의 구원자이시며, 모든 사람에게 |
구원이 필요하고, 그 구원은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모두에게 주어진다고 하 |
는 복음의 '이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교회 |
는, 원죄의 계시가 손상되면 그리스도의 신비가 손상된다는 것을 잘 알고 |
있다"(카톨릭교회 교리서. 제 1 편, 제 389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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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어리석은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개나 고양이도 원죄를 가지 |
고 태어나는가? 아니다. 왜? 대답은 간단하다. 사람의 조상이 죄를 지었지 |
개나 고양의 조상은 죄를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개나 고 |
양이는 원죄뿐만 아니라 본죄도 없다. 사람 아닌 동물들은 아무리 죄를 짓 |
고 싶어도 지을 수가 없다. 왜? 그것은 자유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
판단하고 행동하고, 자기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자유의지가 없기 때문 |
에 죄를 지을 수가 없다. 동물들은 자유의지에 따라서가 아니라 본능에 따 |
라서 행동할 뿐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사람에게 특별히 자유의지를 주 |
셨다. 그래서 사람은 자유로이 하느님을 거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유의 |
지로 하느님을 거역했을 때 그에 따르는 책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만 |
일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인간에 |
게는 자유의지가 있으므로 죄를 지을 수 있고 그 죄에 대한 책임도 져야 |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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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중섭 신부. '신자 재교육을 위한 5분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