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창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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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따라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주와 인간뿐만 아니라 천사들도 창조 |
하셨다고 믿는다. 천사들은 영적인 실체(靈體)이기 때문에 우리 인간의 감 |
각적인 체험 대상이 아니다. 즉 우리의 단순한 인간능력으로는 천사들의 |
실재 여부에 대하여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천사의 실재, 정체 |
그리고 직능에 대하여 성서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서가 천사에 |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면서도 천사의 정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원 |
래 천사란 말은 그들의 정체나 본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맡고 있 |
는 직무와 사명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천사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구 |
원역사 안에서만 의미가 있다. 그리고 천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한 |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천사들은 우리 인간을 섬기기 위해서 |
파견된 일꾼이라는 사실이다. " 천사들은 모두 하느님을 섬기는 영적인 존재 |
들로서 결국은 구원의 유산을 받을 사람들을 섬기라고 파견된 일꾼들이 아 |
닙니까? " (히브 1,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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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의 천사론은 하느님이 계시는 처소를 왕궁으로 생각 한데서 비 |
롯되었는데 아직은 세련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왕궁에서 심부름하는 |
사람들처럼 하느님을 모시는 천사들을 하느님의 부하나 심부름꾼으로 묘사 |
한다. 천사들은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우주을 다스리는 하느님의 일에 협조 |
하는 존재들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하늘과 땅 사이의 연락책, 전령이다. 특 |
별히 엘로히스트 사료에 나타나는 '주님의 천사'라는 표현은 하느님의 초월 |
성을 강조하고 하느님을 직접적으로 개입시키지 않으려는 경외심의 표시인데 |
이는 곧 하느님을 뜻한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배 이후부터 구약성서의 |
천사론이 세련되기 시작했고 천사와 악신의 구별이 생겨났다. 그리고 천사 |
들을 여러가지 품계와 종류로 나누기 시작했다. 주로 욥기, 다니엘서, 토비 |
트서 등에서 천사론이 전개되는데 천사들은 하느님의 아들들, 거룩한 자, |
수호자 등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하느님의 피조물이요 순수한 영체(靈體)로 |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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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의 천사론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구상되었다. 구약성서에 |
서 천사들이 맡고 있던 사명을 신약의 천사들에게 그대로 적용되었는데, 다 |
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들이 하느님께 복종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되신 |
하느님의 아들에게도 복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루가복음 2장 14절에 보면, |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때 천사들이 " 하느님께 영광 "이라고 찬미노래를 불 |
렀다. 마르코복음 1장 13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실 때 |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마태오복음 28장 2 - 7절에 보면, 안식일 |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여자들이 주님의 무덤을 찾아갔을 때 주님의 천사가 |
나타나 주님의 부활사실을 알려 주었다. 어떻게 보면, 주님의 생애는 강생 |
때부터 승천 때까지 천사들의 경배와 봉사에 둘러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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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 복음의 저자들은 악의 세력에 대하여 철저히 탈신화(脫神話) 작업 |
을 했다. 하느님 나라를 저해하는 악의 세력을 언급할 때 신화적 표현인 악 |
마나 마귀라는 용어를 피하고 '사탄'(어원은 방해자라는 뜻) 혹은 '디아볼 |
로스'(diabolos. 어원은 이간질하는 자라는 뜻) 혹은 '악한 자'라는 단어를 |
썼다. 이것은 그들이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이간질하는 인간의 원수일 뿐 |
만 아니라 하느님께 반역하는 자임을 뜻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리스도의 구 |
원사업을 방해하는 자들이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는 공생활 초기부터 하느 |
님 나라가 다가왔다는 표징으로서 구마활동을 벌이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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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하느님께서 천사들을 창조하셨다고 가르치 |
며 천사들이 영적인 실체라고 가르친다.(1215년 제4차 라테란 공의회, 1870년 |
제 1차 바티칸 공의회). 그러나 교회가 천사의 수효와 품계에 대하여 공적인 |
결의문을 공포한 적은 없다. 천사들의 품계는 아홉 품(세라핌熾品 이사 6,2 |
참조, 케루핌智品 창세 3,24 참조, 좌품座品, 주품主品, 역품力品, 능품能品, |
권품權品, 대천사 1데살 4,15참조, 천사로 구분되는 아홉 등급)으로 나눈 것 |
은 6세기 초의 디오니시오(Dionysius Areopagita)의 작업이다. 이 구품 천 |
사론은 그의 신학일 뿐 믿어야 할 교리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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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천사들이 하느님을 찬양하고 하느님께 봉사한다는 생각은 성서에서 |
나온 사상이다. 그리고 천사들은 부차적으로 사람들을 보호하고 사람들의 |
구원을 위해 이바지한다는 것은 성서와 교회의 정통 가르침에 의거한 교 |
회의 신앙이다. 천사에 대한 신심은 교회의 전통이지만 지나친 천사공경은 |
바람직하지 못하다. " 여러분은 … 천사를 숭배하는 자들에게 속아서 여러분 |
이 받을 상을 빼앗기지 마십시오 " (골로 2,18). 그러므로 성인성녀 이상으로 |
천사들을 공경할 필요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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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중섭 신부. '신자 재교육을 위한 5분교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