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나타난 창조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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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에서 창조교리는 그 구상과 발전이 상당히 늦은 편이다. 즉 구 |
원에 관한 교리는 출애급 사건(기원전 13세기)에서부터 구상되고 발전하였지 |
만, 창조에 관한 교리는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배 중에 본격적으로 숙고되 |
고 발전하였다. 그러한 창조교리가 창세기 1장과 제 2 이사야서(이사 40-55장) |
에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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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 이야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 특별히 |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 기원전 1900년 - 1700년경) 아트라 하시스(A |
tra Hasis 기원전 1700 - 1600년경) 서사시의 영향을 받았다. 이 신화들의 |
공통점은 신들이 서로 싸운 결과 신들의 시중을 들도록 인간이 창조되었다 |
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세기 1 - 2장의 창조 이야기는 이런 근동신화 |
의 영향을 받았지만 유일신 사상 덕분에 인간과 하느님의 위치를 제대로 |
정립시켰다. 즉 인간은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존재이지 서로 질투하는 변 |
덕스런 잡신들의 노리개가 아니고, 또 우주는 인간을 위협하는 불가항력적 |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보금자리이고 하느님의 계획이 펼쳐지는 무대라는 |
것이다. 하느님은 우주 만물과 엄연히 구별되고 만물을 초월하는 유일한 |
존재임을 인정함으로써 창세기는 범신론과 다신론을 배격하고 있으며, 우주 |
만물은 아무런 중간 존재의 매개 없이 하느님 스스로의 결의와 호의만으로 |
창조되었음을 긍정함으로써 이원론(二元論)과 유출설(流出說)을 배격하고 있 |
다. 그러므로 성서의 표현이 그 시대 주변 민족들의 우주 생성론과 비슷할 |
지라도 본질적으로 일신론(一神論)과 창조론에서 출발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
보여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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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배 중에 활동한 제 2 이사야는 바빌로니아 제국의 |
억압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풀어 주시는 주 하느님의 능력 범위에 숙고하면 |
서 창조교리와 구원신학을 연결시키며 신학의 체계를 잡았다. 하느님의 전 |
능에 대한 신앙은 우주창조와 이스라엘 백성의 귀환을 연관시켜 생각하도 |
록 이끌었다. 바빌로니아 제국을 이기고 세계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 |
의 힘은 우주창조의 능력과 같다고 여겼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이때만큼 |
구세주와 창조주에 대한 신앙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시기가 없었다. 이 |
처럼 제 2 이사야는 태초의 천지창조를 구원의 첫 단계로 설정하면서 이스 |
라엘의 구원역사를 주 하느님의 지속적인 창조행위로 이해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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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의 창조교리는 구약성서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예수 그 |
리스도를 중심으로 창조교리 전체를 재해석했다. 구세주 그리스도에서 출발 |
하여 창조주 그리스도로 소급해 올라갔던 것이다. 특별히 바오로 사도는 |
창조사업에서 그리스도의 역할을 강조한다. 고린토 전서 8장 6절은 그리 |
스도께서 창조사업의 유일한 중개자임을 말한다. " 주님은 예수 그리스도 |
한 분이 계실 뿐이고 그분을 통해서 만물이 존재하고 우리도 그분으로 말 |
미암아 살아갑니다. " 골로사이서 1장 15-18절에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 |
도의 우주론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피조물의 맏이로서 |
창조사업의 중개자라는 것이다. 요한은 복음서 서두에서 성자의 영원한 |
탄생과 창조의 원동력인 말씀을 강조함으로써 창조에서 그리스도의 유일 |
하고 독특한 역할을 드러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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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중섭 신부. '신자 재교육을 위한 5분교리' |